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내 이름은’, 伊 우디네 가서 '왕사남'과 맞붙는다

입력 2026-04-03 16:41:42 | 수정 2026-04-03 20:27:11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정지영 감독과 재치 있는 연출력의 소유자 장항준 감독이 이탈리아 북부 도시 우디네에서 ‘트로피’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인다. 

오는 24일 개막하는 제28회 우디네극동영화제(Udine Far East Film Festival) 메인 경쟁 부문에 영화 '내 이름은'과 '왕과 사는 남자'가 나란히 초청되며 유럽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역사를 바라보는 두 감독의 서로 다른 시선이 경쟁 부문에서 맞붙는다는 점이다.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던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내 이름은'이 제28회 우디네극동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사진=CJ CGV 제공



우디네극동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유럽에 소개하는 최대 규모의 장으로, 그간 '올빼미', '남산의 부장들', '파묘' 등 한국의 굵직한 화제작들을 발굴해온 만큼 올해 두 작품의 동반 초청은 한국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먼저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은 제주 4·3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참혹한 기억을 무의식 속에 묻어둔 채 살아온 무용가 ‘정순’(염혜란 분)이 잃어버린 과거의 이름과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미스터리 구조로 풀어냈다. 

사브리나 바라체티 집행위원장은 이 작품에 대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전 세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톤을 유지했다”고 호평했다. 특히 90년대 학교 폭력과 70년 전 국가 폭력을 교차시킨 감독의 통찰과 배우 염혜란의 압도적인 열연이 관전 포인트다.

'내 이름은'과 함께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도 우디네에 간다. /사진=(주)쇼박스 제공



이에 맞서는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는 조선 시대로 눈을 돌려 묵직한 서사극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 작품은 조선 제6대 왕 단종의 폐위와 강원도 영월 유배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그 곁을 지켰던 가상의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권력’과 ‘인간’의 본질을 묻는다. 장항준 감독 특유의 대중적인 문법에 역사적 비극의 무게감을 더해, 사극 장르가 줄 수 있는 장르적 쾌감과 정서적 울림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이다. 특히 단종의 고독한 내면과 그를 둘러싼 긴박한 정치적 암투가 밀도 있게 그려져 기대를 모은다.

역사적 사실(Fact)에 기반해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과 권력의 속성을 짚어낸 두 작품은, 각각 ‘제주’와 ‘영월’이라는 지역적 색채를 너머 보편적인 인권과 인류애의 메시지를 유럽 관객들에게 던질 예정이다.

올해 우디네극동영화제는 오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열리며, 두 감독은 현지를 방문해 직접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걸고 유럽 무대에 선 ‘내 이름은’과 ‘왕과 사는 남자’ 중 과연 누가 현지 관객과 평단의 최종 선택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