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4월 극장가에서 이름조차 소박한 영화 한 편이 심상치 않은 반란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4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내 이름은'이 개봉 전부터 예매율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비수기 극장가에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내 이름은'은 실시간 예매율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예매율 1위부터 3위까지가 이미 개봉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대작들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베일을 벗지 않은 미개봉작 중에서는 단연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독립·예술영화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어, 작품을 기다리는 예비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제주 4.3을 소재로 한 염혜란 주연의 영화 '내 이름은'이 실시간 예매율 4위를 기록했다. 미개봉작 중에서는 선두다. /사진=CJ CGV 제공
영화 '내 이름은'은 제주 4·3 사건의 비극적인 역사를 모티브로 한 저예산 영화다. 화려한 CG나 압도적인 스케일 대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름마저 빼앗긴 채 살아가야 했던 이들의 삶을 집요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쫓는다. 대규모 상업 영화들 사이에서 예매율 성적은 자극적인 재미보다는 진정성 있는 서사에 목말랐던 관객들의 선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작품의 무게중심은 배우 염혜란이 잡고 있다. 주연급 출연진 중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일한 얼굴이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수십 명의 스타를 능가한다. 염혜란은 제주 4·3이라는 아픈 역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살아온 인물의 내면을 처절하면서도 절제된 연기로 풀어냈다. 수많은 작품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그의 열연은 저예산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
영화계에서는 '내 이름은'이 제주 4·3 사건을 다룬 역대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기록을 세울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간 4·3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주로 무겁고 처참한 고발에 집중했다면, '내 이름은'은 비극 너머의 인간 존엄과 회복을 다루며 대중적인 공감대를 넓혔기 때문이다. 극장가 비수기인 4월, 관객들의 시선이 분산된 틈을 타 작품성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나아가 이 영화는 4월 개봉을 시작으로 5월 가정의 달까지 장기 상영을 이어가며 '가족 단위 관람' 열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뼈아픈 상처인 제주 4·3의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소통하고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비극적인 과거를 딛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름을 되찾는 과정은 5월의 따스한 햇살만큼이나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전망이다.
거창한 수식어 없이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내 이름은'이 4월의 깜짝 흥행작을 넘어 우리 사회에 어떤 담론을 던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의 아픈 바람을 타고 온 이들의 이야기는 오는 15일 전국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