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막힌 석유화학 원료 공급망을 정상화하기 위해 6700억 원 규모 현금 지원과 함께 유사시 생산 명령까지 내릴 수 있는 비상 체제를 가동했다. 국제 유가와 납사 가격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중견 기업 원가 부담을 정부가 직접 보전해 민생 물가와 핵심 산업 붕괴를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산업통상부는 김정관 장관이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해 주사기·수액제 포장재, 식료품 포장재, 페인트, 반도체 부품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 기업 4개사를 릴레이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중동발 공급망 쇼크가 보건·의료, 생활필수품, 핵심산업 등 국민 생활과 주력산업에 직결된 필수 석유화학 하방 산업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장관은 이날 대덕전자(반도체 부품), SP삼화(페인트), 에이디켐테크(의료용 포장재), 롯데패키징솔루션즈(생필품 포장재)의 창고와 생산 라인을 살폈다.
에이디켐테크에서는 산업부가 관계부처 및 석유화학사와 협력햐 수급 차질 우려가 제기됐던 수액제 포장재, 주사기 포장재 등 수급 차질을 해소한 사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보건·의료 품목 수급에는 어떠한 차질도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롯데패키징솔루션즈에서는 식료품 포장재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품목 부족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부-중기부-식약처 간 범부처 TF를 통해 포장재 수급 상황을 중점 관리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SP 삼화에서는 지난 10일부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상 수입 등록 절차를 간소화해 신속한 원료수입이 가능하게 됐음을 소개하고, 페인트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한 업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대덕전자에서는 생활필수품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국가핵심산업 생산에도 결코 차질이 없도록 석유화학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보건·의료와 국가 핵심 산업의 공급망에 단 하루의 차질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우선 관리 중"이라며 "산업부와 관계 부처가 즉각 조치를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이번 대응은 6700여억 원의 재정 지원을 동반한다.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총 1조980억 원 규모의 추경 중 6744억 원이 중동 외 지역에서 납사를 수입하는 업체들의 단가 차액을 지원하는 데 투입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중동산 원료 수입이 어려워지자 미국이나 아시아 등에서 비싼 값에 원료를 들여와야 하는 우리 기업들의 물류비와 원가 상승분을 정부가 직접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시장 질서를 흔드는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산업부는 '석유화학제품 원료 등의 매점매석 금지 및 긴급수급조정에 관한 규정'을 조만간 신설해 공포할 예정이다. 이 규정이 시행되면 정부는 수급 위기 시 업체에 내수 물량 우선 생산을 명령하거나 수출을 제한하는 등 전시 체제에 준하는 관리 권한을 갖게 된다.
아울러 기존에 수개월이 소요되던 원료 수입 등록 절차를 즉시 처리 수준으로 단축해 원료가 도착하는 즉시 공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현재 산업부는 석유화학 핵심품목 수급 관리를 위해 40여 명으로 TF를 구성해 품목별 재고 및 수급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안산 산단 방문에 이어 향후 석유화학 원료를 사용하는 전국 주요 산업 현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중동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방침이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