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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 뒤바뀐 '프라다 지옥'...세 여자의 ‘살벌한 전쟁’

입력 2026-04-14 10:01:23 | 수정 2026-04-14 19:34:16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2006년, 푸른색 스웨터 하나에 담긴 패션의 철학을 설파하며 전 세계 직장인들을 전율케 했던 ‘런웨이’ 매거진이 20년 만에 다시 문을 연다. 

오는 29일 세계 최초 국내 개봉을 확정 지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전작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상상도 못 했던 ‘권력 역전’의 서사로 무장해 관객들을 찾는다. 이번 속편의 핵심은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완전히 뒤바뀐 세 주인공의 입장 차이다.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의 귀환이다. 

전편에서 미란다의 불가능한 심부름을 해내며 눈물 짓던 신입 비서 ‘앤디’는 더 이상 없다. 그는 뉴욕 뱅크스의 베테랑 기자가 되어 언론상까지 거머쥔 거물급 언론인으로 성장했다. 

세 주인공의 입장과 지위가 뒤바뀌며 20년 만에 돌아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을 앞두고 화제를 모은다. 사진 왼쪽부터 미란다 역의 메릴 스트립, 앤디 역의 앤 해서웨이, 에밀리 역의 에밀리 블런트.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흥미로운 점은 그의 런웨이 복귀 방식이다. 미란다가 불러들인 것이 아니라, 경영 위기에 빠진 런웨이의 회장이 미란다를 견제하고 잡지를 혁신하기 위해 앤드리아를 ‘기획 에디터’로 강제 영입한 것이다. 과거 스승이자 숙적이었던 미란다와 대등한 위치에서, 때로는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메기’로서 미란다와 에디팅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이번 영화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절대 권력자였던 미란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립)의 변화 또한 의미심장하다. 

한때 패션계의 태양이었던 그는 종이 잡지의 몰락과 디지털 전환의 파고 속에서 자신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회장의 압박과 자신을 치고 올라오는 앤드리아의 재능 사이에서 미란다는 전편의 카리스마를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변화 앞에 고뇌하는 입체적인 리더의 면모를 보여준다. “모두가 우리처럼 되고 싶어 해”라고 말하던 그가, 이제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여기에 방점을 찍는 인물은 에밀리 찰튼(에밀리 블런트)이다. 

파리에 가기 위해 눈물겨운 다이어트를 하던 ‘만년 2인자’ 비서 에밀리는 이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디올(Dior)의 임원으로 등장한다. 잡지사의 생명줄인 광고 집행권을 쥔 에밀리는 미란다와 앤드리아 모두를 압박할 수 있는 ‘초갑’의 위치에 서 있다. 미란다조차 에밀리의 눈치를 보며 광고를 구걸해야 하는 상황은 전편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20년 만에 돌아온 이들의 재회는 단순한 추억 소환을 넘어선다. 사회 초년생의 생존기였던 1편과 달리, 2편은 각자의 영역에서 정점에 오른 세 여자가 ‘권력’과 ‘자본’, 그리고 ‘저널리즘의 가치’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정치 스릴러의 성격을 띤다. 특히 앤드리아와 미란다의 대립은 ‘전통적 권위와 새로운 혁신’의 충돌을 상징하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4월 29일, 런웨이 사무실의 대리석 복도에 울려 퍼질 세 여자의 구두 소리는 이제 ‘생존’이 아닌 ‘정복’을 향한다. 한층 더 날카로워진 대사와 화려해진 패션, 그리고 뒤바뀐 갑을 관계가 선사할 살벌한 재미는 올봄 극장가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기에 충분하다. 과연 최후에 미란다의 “That’s all”을 멈추게 할 주인공은 누가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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