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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분사 시대 저문다”…제약업계, 핵심 파이프라인 재흡수

입력 2026-04-15 14:57:23 | 수정 2026-04-15 14:57:16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제약사들이 R&D(연구개발)자회사와 파이프라인을 본사로 다시 끌어들이는 재통합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제네릭 중심 품목의 수익성을 빠르게 압박하면서 기존 수익 구조만으로는 R&D 투자 여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약가인하로 수익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분사했던 R&D 자회사를 다시 통합하는 움직임이 부상하고 있다./사진=제미나이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타나는 R&D 재편 움직임들은 특정 기업의 개별 전략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로 읽히고 있다. 지금까지 제약사들은 투자 유치와 리스크 분산을 위해 신약개발 자회사를 분사해 왔다. 하지만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다시 본사 중심으로 자산과 권리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약가 인하로 현금흐름 변동성이 커지면서 분산된 구조보다 자금·자산을 본사에 집중시켜 관리하는 방식이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P-CAB 시장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미 다수 품목이 시장에 안착한 가운데 후발주자와 제네릭까지 가세하며 소화기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포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약가 인하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단일 품목으로는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가운데 본사 중심 포트폴리오 통합이 핵심 대응 전략으로 부상했다고 본다. R&D 자회사에 분산돼 있던 파이프라인과 IP, 글로벌 판권을 모회사로 집중시켜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협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조직 효율화 차원을 넘어 약가 인하로 축소된 수익을 보완하기 위해 ‘묶음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글로벌 기술수출이나 공동개발 협상에서 개별 자회사 단위보다 본사가 직접 자산을 보유하는 구조가 명확한 가치 제시와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판단이다. 여러 적응증과 파이프라인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해야 협상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가 인하로 약해진 개별 품목의 수익성을 외부 거래로 보완하려는 성격도 반영돼 있다.

최근 일동제약의 유노비아 흡수합병도 P-CAB 시장에서 관측되는 R&D 재편 흐름의 한 단면으로 평가된다.

지난 2023년 일동제약은 신약 R&D 자회사 유노비아를 분사해 GLP-1 비만 치료제와 P-CAB 후보(파도프라잔)를 맡겼다. 지난해 말에는 파도프라잔 관련 권리 일체를 약 94억 원에 다시 인수했으며 이달에는 아예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이번 합병은 국내외 판권과 라이선스 권리를 본사 회계에 다시 올리면서 P-CAB과 GLP-1을 비롯한 핵심 파이프라인을 본사 자산으로 묶어 관리하는 구조다.

일동제약은 인수합병과 함께 "경영 환경의 변화와 불확실성 확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는 약가 인하 등 제도 변화로 수익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핵심 자산을 본사에 집중시켜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실제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분사했던 신약개발 법인을 재흡수하거나 핵심 파이프라인의 특허와 해외 판권을 모회사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재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 중심의 분산형 R&D 모델에서 수익성과 협상력을 중시하는 집중형 포트폴리오 모델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로 기존 캐시카우의 수익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파이프라인을 분산해 두는 구조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P-CAB처럼 경쟁이 치열한 영역일수록 소화기·비만·대사질환 등 인접 적응증을 묶어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관리하고 이를 본사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제시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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