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은행권이 만기 1년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며 2%대에 머물던 금리가 3%대로 재진입했다. 한국은행이 7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시장금리가 인상하면서, 은행들이 하나둘 금리인상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해 3%대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SC제일은행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30일 △퍼스트정기예금 △e-그린세이브예금 △SC 제일 친환경비움예금 등 수신상품 3종의 금리를 일제히 인상했다. 그 중에서도 'e-그린세이브예금'이 가장 눈에 띄는데, 해당 상품은 최고 3.10%의 금리를 제공한다. 특히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최고 3.40%의 금리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 상품의 전월취급평균금리는 3.03%에 그쳐 한 달 새 약 0.37%p 상승했다.
최근 은행권이 만기 1년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며 2%대에 머물던 금리가 3%대로 재진입했다. 한국은행이 7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시장금리가 인상하면서, 은행들이 하나둘 금리인상에 합류하는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방은행에서도 금리인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BNK금융의 은행부문인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은 각각 최고 3.20%의 최고금리를 제공해 가장 돋보였다. 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과 경남은행의 'The든든예금시즌2', 'The파트너예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부산은행 상품은 2년제 상품에 가입할 경우 우대금리가 1.25%p로 올라 최고 3.35%의 금리를 기대할 수 있다. 또 JB전북은행의 'JB다이렉트 예금'과 'JB 123 정기예금'도 최소 우대금리 적용 시 각각 3.11% 3.1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은행은 'J정기예금(만기지급식)' 상품에 최고 3.1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상품의 전월취급평균금리는 2.33~3.06%로 한 달 새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인터넷은행에서는 카카오뱅크가 금리를 인상했다. 카뱅의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은 지난 14일 0.10%p 인상돼 연 3.10%로 상향 조정됐다. 카뱅은 지난 2월13일에도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반면 케이뱅크는 전날 자사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3.20%에서 3.10%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케뱅의 전월취급평균금리는 3.00%로 한 달 전보다 0.10%p 높은 편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금리인상에 나서는 건 시장금리 상승이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0일에도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지만, 정기예금 상품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1년물 금리는 상승세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1년물(무보증, AAA급) 금리는 지난 15일 3.105%를 기록했다. 연초 1월2일 금리가 2.784%였던 점을 고려하면 약 0.321%p 상승한 셈이다.
1년물 금리는 지난해에만 하더라도 2%대에 그쳤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10일 금리는 2.497%에 불과했는데,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연말에는 2.8%까지 치솟았다. 이어 1월 27일 2.906%를 마크하며 2.9%대로 올라섰고, 2월 4일에는 3.004%를 기록하며 3%대로 진입했다. 특히 3월 31일에는 3.239%까지 치솟으며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금리 상승에도 불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움직임은 대조적이다. 이들 은행이 판매하는 대표 정기예금 상품 중에서는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3.10%를 제공해 가장 금리가 높았다. 이어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등이 각각 연 2.90%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연 2.85%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은 급여이체 통장을 비롯 기업 운영자금 등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아 예·적금 금리를 인상할 유인이 마땅치 않은 편이다. 아울러 가계대출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인데,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신규 대출 확대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은행들이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수신자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낮아진 것이다. 더욱이 수신금리 인상은 자칫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5대 은행도 전월취급평균금리에 견주면 0.04~0.2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의 금리인상에도 불구 시중자금 유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동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코스피가 이날 다시 6200선을 탈환한 만큼, 유동자금이 더욱 증시로 몰릴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원금을 보장하면서 수익도 제공하는 증권사 종합투자계좌(IMA) 외 채권시장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937조 4565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약 9조 4332억원 급감했다. 반면 언제든 인출이 가능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약 15조 477억원 증가한 699조 9081억원을 기록해 대비를 보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은행들의 추가 대출 여력이 줄었고, 그로 인해 고금리 수신경쟁을 펼칠 유인도 많지 않다"며 "최근 증시가 호황인 데다, 원금을 보장하는 IMA가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다보니 고객 수신자금 이탈은 불가피한 실정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