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역시 염혜란이 염혜란을 했다. 배우 염혜란의 저력이 다시 한번 극장가를 뒤흔들고 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내 이름은'(감독 정지영)이 쟁쟁한 상업 영화들 사이에서 당당히 전체 박스오피스 4위에 이름을 올리며 파란을 일으켰다.
독립·예술 영화가 개봉과 동시에 전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진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특히 최근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던 강력한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제치고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영화 '내 이름은'이 독립 예술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5일 개봉하자마자 전체 박스오피스 4위에 안착했다./사진=CGV 제공
'내 이름은'은 15일과 16일 양일 간 안정적인 관객 동원력을 보여주며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수성, 장기 흥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성적은 독립·예술 영화 부문에서 나타났다. '내 이름은'은 개봉 이후 해당 부문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 "역시 염혜란이 염혜란 했다"는 찬사가 쏟아지며 실관람객 평점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염혜란 특유의 생활 밀착형 연기와 깊은 내면 묘사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초반 흥행 돌풍에는 이른바 '대통령 관람 효과'도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봉 당일인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사전에 SNS로 '함께 영화를 볼 165명'을 선정해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내 이름은'을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제주 4·3은 정말 참혹한 사건"이라며 "제가 며칠 전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유사한 참혹한 일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해질 수 있나, 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 등의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내 이름은'이 개봉하던 15일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프크몰에서 미리 선발한 165명의 시민들과 영화 관람을 했다./사진=청와대 제공
또 김혜경 여사는 무대 인사를 하면서 염혜란 배우를 만나 "팬이예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김 여사는 이미 염혜란 배우의 열렬한 팬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이런 이 대통령 부부의 영화 관람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영화에 대한 인지도가 급상승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예매율 데이터 역시 향후 흥행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17일 오후 기준, '내 이름은'의 실시간 예매율은 상업 영화 대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독립 영화로서는 드물게 30%대에 근접한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중장년층 관객 뿐만 아니라 2030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영화 '내 이름은'은 세련된 이름을 갖고 싶어 하는 18세 아들 영옥(신우빈 분)과 1949년 제주에서 까맣게 잊힌 아픈 기억을 되찾으려는 어머니 정순(염혜란 분)의 궤적을 쫓는 작품이다. 팔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날 선 연출력을 과시하는 정지영 감독은 제주 4·3 사건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개인의 서사로 치밀하게 풀어냈다.
주인공 '정순' 역을 맡은 염혜란은 과거의 파편을 잃어버린 무용 교사의 복잡한 내면을 몸짓과 눈빛만으로 완벽하게 형상화했다. 관객들은 "동작이 아니라 마음이 느껴지는 연기", "역시 염혜란이 염혜란 했다"며 그녀의 열연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영화 후반부의 무용 퍼포먼스는 4·3 희생자들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계 관계자는 "거장 정지영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 염혜란의 신뢰도, 그리고 대통령 관람이라는 강력한 화제성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독립·예술 영화로서는 드물게 10%대 이상의 예매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강세를 꺾고 한국 독립 영화 흥행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제76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되어 해외 언론의 호평을 먼저 받은 바 있는 '내 이름은'은, 이제 국내 관객들과 함께 80여 년 전 제주의 아픈 이름을 다시 부르며 눈부신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