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유가 상승,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에도 AI 확산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경기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연 없이 이어지면서 업황이 기존 경기 흐름과 분리되는 '디커플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반도체 경기를 좌우할 핵심 요인 및 종합평가./자료=한국은행 제공
17일 한국은행의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세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경기 확장세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사이클은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을 크게 앞선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별화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HBM(고대역폭메모리)과 범용 D램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며 전반적인 메모리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기술적 어려움이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메모리 기업들의 보수적인 증설 기조가 이어지면서 공급 확대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요 초과 상태가 과거보다 더 크고 지속기간도 길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공급 제약은 당분간 반도체 경기 확장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공급 제약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향후 사이클의 방향은 AI 확산속도 및 활용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 유동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향후 반도체 경기의 지속 여부는 수요와 공급, 금융 여건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수요 측면에서는 AI투자의 수익성 검증 시기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현재는 수익화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시장 선점을 통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중시되고 있으나 향후에는 관심이 수익성으로 이동할 경우 투자 확대 속도는 둔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 측면에서도 금리 상승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빅테크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아울러 중동산 소재·장비 공급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아직 생산 차질로 이어질 조짐은 제한적이며, 글로벌 소비 둔화로 스마트폰·PC 등 IT 기기 수요 약화도 예상된다.
중동전쟁의 영향은 현재까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유가 상승에도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되거나 메모리 공급을 늦추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다만 AI투자의 수익성 검증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중동산 에너지, 소재, 장비의 조달 차질 등은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보고서는 "공급 제약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AI 확산속도 등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향후 반도체 경기 확장세의 지속기간은 특정시기로 전망되기보다는 매우 유동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