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광화문 광장. 수도 서울에서도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 대한민국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다. '광화문 광장' 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세대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기억이나 추억이 있겠지만, 역시 2002년 붉은 함성으로 뜨거웠던 광화문 광장을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벌써 24년 전이다.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광화문 광장은 한국 응원 문화의 성지가 됐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붉은 악마'가 되기를 자처한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붉은색 셔츠를 챙겨 입은 붉은 악마들은 하나로 뭉쳐 '대~한민국'을 목놓아 외치며 한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했다.
물론 2002년 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은 광화문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곳이면 어디든 붉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한국 축구는 2002 월드컵에서 기적과 같은 4강을 일궈냈다. 실력만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월드컵 4강.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체에 울려퍼졌던 응원 에너지가 대표팀에 슈퍼 파워를 불어넣었기에 가능한 '신화'였다.
월드컵이 열리면 광화문 광장은 축구팬들의 응원 성지가 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광화문 광장이 축구 응원으로만 기억되는 곳은 아니다. 한국 현대사, 그 중에서도 민주주의 발전사의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여겨질 때면 어김없이 광화문 광장은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 곳에서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며 지켜야 할 것을 지켜내고,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뤄냈다.
최근 수 년간 광화문 광장에는 이전과 다른 풍경들이 한동안 펼쳐지기도 했다. 수많은 촛불들이 광화문 광장에 켜지기도 했고, 태극기 부대의 깃발들이 휘날리기도 했으며, 다양한 응원봉들이 모여 빛의 시위로 밤을 지새기도 했다.
이따금 서로 반대되는 목소리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날카롭게 대립하기도 한다. 이 또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염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면서 서로 다른 소신이 부딪히는 것이기에 광화문 광장 특유의 기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최근 광화문 광장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K팝을 대표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멤버들의 군 공백기를 거친 후 컴백 공연을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했기 때문이다. BTS가 컴백 공연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전 세계 아미(BTS 팬덤명)들의 관심이 광화문으로 집중됐다. BTS 측이 컴백을 알리는 장소를 광화문 광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한국에서 시작해 글로벌 슈퍼스타가 된 그룹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간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졌다.
방탄소년단(BTS)이 군 공백기 후 컴백 공연을 광화문 광장에서 가져 전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날 BTS 공연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던 무료 티켓 예매에 성공한 제한된 인원만 광화문 광장에 특별히 마련된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었지만, OTT 넷플릭스를 통해 생중계돼 전세계 팬들이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BTS로 인해 광화문 광장은 다시 한번 글로벌한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전세계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특정 그룹을 좋아하고 응원했는데, 그 대상이 BTS이고 공연 장소가 광화문 광장이었다는 점은 너무나 뿌듯하다.
6월이 오면, 광화문 광장은 다시 붉은 함성으로 가득 찰 것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6월 개막해 7월까지 열린다. 이번 월드컵은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참가팀이 확대돼 대회 기간도 길어지고 경기 수도 늘어났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월드컵 조 추첨에서 한국은 공동개최국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A조에 편성됐다. 조별리그 3경기는 모두 멕시코에서 치른다.
월드컵에서 한국 경기가 열릴 때 광화문 광장은 다시 축구팬들의 차지가 되겠지만, 현 시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예전만큼 전폭적인 지지를 못 받고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 때문이다.
대표팀은 월드컵 전 마지막으로 열린 공식 A매치였던 3월 유럽 원정 평가전 두 경기에서 모두 졌다. 코트디부아르에 0-4 참패를 당했고, 오스트리아에 0-1로 패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날 남아공의 가상 상대였고, 오스트리아는 체코전에 대비한 매치업이었다.
홍명호보는 역대 대표팀 가운데 최고 멤버를 자랑한다. 글로벌 스타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 김민재, 이재성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을 지휘하는 홍명보 감독은 누구인가. 2002 월드컵 당시 대표팀 주장으로 4강 신화의 주역이었다.
선수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렸던 홍명보 감독은 지도자가 된 후에도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일궈냈고, 울산 HD를 K리그 정상에 올려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물론 홍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아 조별리그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탈락한 아픈 경험은 있지만 지도자로서 대부분의 경력은 성공적이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다가오는 가운데 대표팀의 부진이 이어져 고민이 많은 홍명보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런 홍 감독이 지금은 비판의 주 대상이 돼 있다. 대표팀 감독으로 다시 선임될 때부터 투명하지 못했던 과정으로 곤혹을 치렀고,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대표팀의 경기력으로 집중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외신 평가에서 한국대표팀의 월드컵 예상 랭킹이 조별리그 통과도 못할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현실을 축구팬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이렇게 지지를 못 받으면서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대표팀이 이전에 또 있었나 싶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이 얼마 안된다. 대표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에서 스스로 기량을 끌어올리면서 컨디션 관리를 잘 하는 것 외에 딱히 할 일은 없다. 홍명보 감독이 어떤 선수들을 선발해 어떤 전략과 기술로 상대팀을 공략할 것인지 연구하고 해법을 찾는 것이 앞으로 남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월드컵 기간 광화문 광장에서 붉은 함성이 얼마나 크고 뜨겁게 울려퍼질지는 오롯이 대표팀 하기에 달려 있다. 이왕이면 한국이 승승장구해 32강, 16강,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내며 6월을 넘어 7월까지 광화문 광장이 들썩이면 좋겠다. 실력이 안돼 지더라도 납득이 가는 경기를 하면서 작은 감동이라도 주면 좋겠다.
2026년 초여름 광화문 광장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오랜만에 한 목소리로 외칠 '대~한민국'에 환희와 자부심이 가득하기를.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