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AI(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검증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글로벌 빅파마 및 빅테크 기업들이 협업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플랫폼 구축과 공동연구를 확대하며 AI를 연구개발의 핵심 인프라로 편입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AI는 신약 후보물질 탐색을 타깃 발굴부터 임상 개발 전략 수립까지 연결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AI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제약사들은 IT 기업과의 협업도 불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사노피와 오픈AI, 포메이션바이오의 협업이 꼽힌다.
글로벌 빅파마와 빅테크드리 신약개발을 위해 협업하는 가운데 국내업계도 AI를 활용한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사진=제미나이
◆위고비 만든 회사도 AI 협업…특화 모델까지 고도화
사노피는 오픈AI 및 포메이션바이오와 손잡고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구축해 신약개발을 가속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데이터·소프트웨어·튜닝된 모델을 결합해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친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어 위고비를 생산하는 노보 노디스크도 지난 14일 오픈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협업을 통해 신약 개발부터 제조·공급망·상업 운영까지 효율화할 예정이다. 사노피에 이어 노보 노디스크까지 협업이 이어지면서 각 제약사들은 특화 AI 모델을 고도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3 공개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알파폴드3는 단백질 구조 예측을 넘어 DNA·RNA·리간드 등 다양한 생체 분자의 상호작용까지 예측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신약 후보 설계와 최적화의 효율을 끌어올릴 기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인실리코 메디슨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INS018-055’는 AI 플랫폼을 통해 발굴된 후보물질로 임상 2상 단계까지 진입했다.
AI 기반 신약개발이 개념 검증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다만 AI가 후보 발굴 속도를 높일 수는 있어도 임상 실패 위험까지 없애지는 못해 업계의 시선은 기술 도입 자체보다 실제 성공률과 개발 기간 단축 효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대형 제약사 중심으로 커지는 판…실질적 성과 가시화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 신약개발을 둘러싼 흐름이 단순한 도입 선언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겨냥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제약사와 AI 신약개발 기업 간 협업 및 공동연구는 약 160건에 달한다. 후보물질 발굴과 적응증 확장, 임상 설계 최적화 등 전 과정에서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자체 플랫폼 구축과 외부 협업을 병행하는 전략도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유한양행은 2022년 파로스아이바이오와 협력해 AI 플랫폼 ‘케미버스’를 활용한 KRAS 저해 항암신약 개발에 착수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가 선도·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유한양행이 후속 임상 개발을 맡는 구조로 AI 기업의 탐색 역량과 대형사의 개발·사업화 역량을 결합한 분업 모델로 평가된다.
대웅제약은 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를 활용해 약 8억 종의 화합물 데이터를 분석하며 후보물질 탐색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과학기술 기업 머크와의 협업을 더해 AI가 도출한 후보물질의 합성 경로 최적화까지 추진 중이다.
JW중외제약도 AI 기반 통합 R&D(연구개발)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중심으로 대사질환 신약 연구를 고도화하고 있다. 회사는 JWave를 통해 발굴한 후보물질 연구 과제는 국가신약개발사업에 선정되면서 AI를 활용한 초기 후보 발굴의 실효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25년 보건복지부 주관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 개발 사업의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해, 전임상과 임상 데이터를 연결하는 ‘역이행 연구 설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구축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항암·대사질환 데이터를 제공하고 멀티모달 전임상 데이터를 생산해 AI 예측 정확도를 높이며 임상 성공률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한미약품의 기대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도 후보물질 발굴에서 AI가 활용된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AI 스타트업과의 공동연구, 자체 플랫폼 구축, 국책과제 참여를 병행하며 AI를 연구개발 체계에 빠르게 편입하는 중"이라며 "다만 아직 국내에서 AI 기반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가 본격적으로 축적된 단계는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평가는 협업 건수보다 실제 임상 진입 수와 기술수출, 개발 기간 단축 효과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