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망 구축을 두고 에너지 업계의 밸류체인 재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AIDC)의 전력 직거래(PPA) 대상에서 현실적인 기저발전원인 '액화천연가스(LNG)'가 배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태양광과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모델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AIDC에 전력을 직거래로 공급하는 법안을 두고 여야가 LNG 자가발전 및 거래 허용에 뜻을 모았으나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 당국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전용 LNG 발전소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를 높이려던 테크 기업들과 이들에게 전력을 공급해 수익을 창출하려던 민간 발전사(IPP)들의 전력 수급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한화솔루션이 완공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50MW 규모 태양광 발전소./사진=한화솔루션 제공
◆ 반사이익 기대 태양광…24시간 가동 퍼즐 맞출 ESS
최근 전력 및 IT 업계는 AIDC의 원가 절감과 고품질 전력 확보를 위해 LNG 전력 직거래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기후부의 탄소중립 기조와 더불어 전력 당국의 '체리피킹(가스값 폭등 시 한전망 회귀)' 우려, 과거 직거래 거부당한 석유화학 업계와의 형평성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다.
이로 인해 AIDC 전력 공급 시장에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무탄소 전원(RE100) 달성 압박 속에서 도심 외곽의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에 대규모로 구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태양광이 꼽히기 때문이다. LNG라는 징검다리가 차단되면 테크 기업들의 전력 수요가 재생에너지 쪽으로 집중될 공산이 크다.
다만 태양광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간헐성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24시간 셧다운 없이 가동되어야 하는 AIDC의 특성상 낮에 생산한 잉여 전력을 저장할 '초대형 ESS' 결합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면서 태양광 산업이 ESS 시장의 성장을 함께 견인하는 동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은 에너지 업계의 기존 밸류체인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기존 태양광 업계가 셀과 패널 등 제조 및 판매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대규모 발전소와 ESS를 묶어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맞춤형 전력 패키지' 형태로 사업 모델을 고도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보릿고개를 겪는 배터리 업계 역시 산업용 ESS 시장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태양광 발전의 약점을 보완할 대용량 전력망용 배터리(BESS)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배터리 제조사들에게도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LNG 배제라는 정책적 변수가 국내 에너지 시장에서 '태양광 발전과 배터리 저장장치'라는 이종 산업 간의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 장비 납품을 넘어 발전량 예측과 화재 제어 시스템 등을 하나로 통합한 턴키(Turnkey) 방식의 전력 솔루션 역량이 향후 주도권을 쥘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 엇갈리는 셈법…천문학적 비용 부담은 과제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이해관계자 간의 역학 구도도 미묘하게 달라질 조짐이다. 전력 확보가 시급한 테크 기업들로서는 대규모 발전 부지와 ESS 인프라 구축 역량을 갖춘 태양광 사업자들과의 장기 구매 계약(PPA)을 적극적으로 타진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밸류체인 전환에 수반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은 업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태양광 연계 초대형 ESS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은 기존 LNG 발전 단가를 웃돌아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크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비용 부담을 테크 기업과 발전사 중 누가 더 많이 떠안을 것인 지를 두고 눈치 싸움이 치열해질 수도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LNG 대안으로 태양광과 ESS 결합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의 원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에너지 저장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전향적인 세제 지원이나 보조금 등 정책적 보완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