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서 '근로자의 날'로 불리며 반쪽짜리 휴일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5월 1일이 63년 만에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특히 그간 휴무 대상에서 제외됐던 공무원 등이 공식적으로 포함되면서 대한민국 노동권 역사의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서 '근로자의 날'로 불리며 반쪽짜리 휴일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5월 1일이 63년 만에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번 명칭 변경은 1963년 군사 정권에 의해 근로자의 날로 강제 변경된 이후 노동 주체성을 회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의 '근로(勤勞)'는 사용자에게 종속돼 성실히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수동적 의미가 짙었다. 당시 정부는 노동이라는 단어가 주는 혁신적이고 투쟁적인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법 명칭을 근로자의 날로 바꾸고, 날짜 또한 한국노총 창립 기념일인 3월 10일로 옮긴 바 있다. 이후 1994년에서야 날짜가 5월 1일로 돌아왔지만, 근로라는 명칭은 여전히 남았다.
반면 '노동(勞動)'은 인간이 생존과 자아실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행하는 가치 있는 활동을 뜻하며, 세계 각국이 '메이데이(May Day)'를 노동절로 기념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는 우리 사회도 일하는 사람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겠다는 국가적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달라진 점은 이름뿐만이 아니다. 그간 휴무 대상에서 제외됐던 공무원들도 공식적으로 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공무원들이 노동절에 쉬지 못했던 것은 이들이 '노동자'가 아닌 '공적 봉사자'라는 특수 신분으로만 규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에 따라 우리 정부도 공무원과 교사가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노동자라는 점을 공식 인정하게 됐다. 같은 공공기관 내에서도 공무직은 쉬고 일반직 공무원은 출근해야 했던 형평성 논란과, 직종 관계 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평등한 휴식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보편적 인권 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공무원을 국가 부속품이 아닌 평범한 노동자로 대우하는 것이 결국 공공 서비스 질을 높이는 길이라는 현대적 행정 철학이 실현된 셈이다.
이번 법 개정에 따라 각급 기관은 근무가 불가피한 인력에 대해 관련 규정에 따른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하거나 보상 휴가를 부여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자치단체별로 민원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무인 민원 발급기를 상시 가동하고, 시·군·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민원 신청 안내를 강화하는 등 행정 서비스 체계는 비대면 중심으로 전환된다.
정부는 노동절 당일 긴급 상황 발생에 대비해 소방·경찰·의료 등 필수 유지 부서 비상 근무 체계를 가동한다.
아울러 향후에도 노동 관련 법령 속 '근로' 용어를 '노동'으로 순차적으로 정비하고, 현장 공무원들이 휴무를 온전히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에 따른 대체 휴무 부여 여부와 현행법상 노동자 지위가 모호했던 직종들에 대한 권리 보호 범위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