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대한민국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급 성적표를 내놨다. 하지만 길어지는 중동 전쟁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파고 속에서 품목·지역별로 극명한 명암이 뚜렷한 모양새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6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0% 증가한 858억9000만 달러로, 지난 3월(866억 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으로 800억 달러를 상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48.0% 증가한 35억8000만 달러로 3개월 연속으로 30억 달러를 초과했다.
지난달에는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8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8개 품목 중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은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지속과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전년 대비 173.5% 폭증한 319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의 약 37%를 차지했다. 이는 2개월 연속 수출 300억 달러 이상 및 13개월 연속 해당 월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이다.
컴퓨터(40억8000만 달러) 수출은 AI 인프라 수요 확대에 따른 SSD 초과 수요가 지속되면서 515.8%라는 증가율을 보이며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으로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무선통신기기(16억2000만 달러, +11.6%) 수출은 신제품 판매 호조로 부품보다는 완제품 중심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또 다른 효자 품목인 자동차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류 차질과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현지 생산 확대 여파로 전년 대비 5.5% 감소한 61억7000만 달러에 그쳤다. 일반기계(-2.6%)와 자동차부품(-6.0%) 등 주요 제조 품목들도 중동 사태와 관세 개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제품의 경우, 유가 급등으로 수출액은 39.9% 늘어난 51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실제 수출 물량은 36.0%나 감소했다. 정부의 휘발유·경유 수출 통제 영향 등으로 경유 수출 물량이 23.2%, 등유는 99.9% 가까이 줄어드는 등 전쟁 여파가 실질적인 물량 확보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15대 주력 품목 외 전기기기(15억7000만 달러, +7.6%), 화장품(13억7000만 달러, +33.4%), 농수산식품(12억2000만 달러, +8.8%) 등 유망 품목 수출은 각각 4월 중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호조세를 이어갔다.
지역별로 보면 9대 주요 수출지역 중 7개 지역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와 IT 부품 수요가 집중된 미국(163억3000만 달러, +54.0%)과 중국(177억 달러, +62.5%) 수출이 각각 역대 1위 기록을 경신하며 전체 실적을 주도했다. 특히 대미 수출은 자동차 등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와 컴퓨터 등 관세 예외 품목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반면 중동 지역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주요 항만 이용 불가와 물류 마비로 인해 전년 대비 25.1% 급감하며 12억7000만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4월 수입은 16.7% 증가한 621억1000만 달러로, 에너지 수입(106억1000만 달러)은 7.5% 증가, 에너지 외 수입(515억1000만 달러)은 18.8% 증가했다.
원유 수입은 중동 전쟁으로 수입 물량은 감소했으나 유가 급증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으로 13.1% 증가한 70억 달러를 기록했다. 비에너지는 컴퓨터(17억8000만 달러, +35.6%), 반도체장비(25억1000만 달러, +59.9%) 등 수입이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237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역대 4월 중 최대 규모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원유 수입액이 13.1% 증가하는 등 에너지 수입 부담이 커졌음에도, 반도체 중심의 압도적인 수출 실적이 이를 상쇄한 결과로 풀이된다.
김정관 장관은 "수출과 무역수지가 사상 첫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중동 전쟁과 주요 품목 경쟁 심화로 수출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수출 시장 다변화와 함께 원유·나프타 등 기초 원재료 대체 물량을 추가 확보해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