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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빨라졌는데 회사는 제자리… AI '생산성 역설' 확산

입력 2026-05-02 06:30:00 | 수정 2026-05-02 09:47:37
백지현 차장 | bevanila@mediapen.com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기업의 실질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AI 생산성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 단위에서는 업무 속도와 품질이 크게 개선됐지만, 조직 전체 생산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기업의 실질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AI 생산성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제공.



2일 하나금융연구소의 ‘AI 생산성 역설:조직 내 성공적인 AI 전환을 위한 요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AI는 단순 생성 기능을 넘어 스스로 업무를 계획하고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로 진화하는 추세다. 기존 생성형 AI가 문서·이미지 생성 등 보조 역할에 머물렀다면, 에이전틱 AI는 도구 호출과 다단계 작업 수행을 통해 업무 일부를 직접 처리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개인 생산성 측면에서는 효과가 뚜렷하다. 프로그래밍 업무에서 AI를 활용할 경우 작업 속도가 55.8% 개선됐고, 코드 변경 요청의 성공 반영률도 15% 증가했다. 법률·마케팅·연구개발 분야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계약 분석에 수일이 소요되던 업무가 수시간 내로 단축되고, 소규모 조직이 AI를 활용해 데이터 분석과 콘텐츠 제작을 자동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기업 차원의 재무 지표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영국·독일·호주 기업 임원 약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미경제연구소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해당 조사에서 AI를 활용 중인 기업이 69%에 달했지만, 약 90%는 생산성이나 고용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다고 응답했다. 개인의 효율성 개선이 조직 단위 성과로 전이되지 않는 구조적 단절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원인으로는 조직 운영상의 한계가 지목된다. 다수 기업이 장기적인 생산성 혁신 전략 없이 단기 성과 중심으로 AI를 도입하면서 고객 경험 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AI가 내부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에 충분히 통합되지 못하면서 실제 활용은 검색·요약 등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공식 시스템을 우회해 AI를 사용하는 ‘섀도우 AI’ 문제도 확산되고 있다.

업무 프로세스의 병목 역시 생산성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AI가 빠르게 결과를 생성하더라도 승인·검토 등 후속 절차가 기존 방식에 머물러 있을 경우 전체 업무 속도는 개선되지 않는다. 실험에서는 AI 활용 시 전체 작업 시간이 19% 증가했고, 이 중 9%는 결과 수정에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문화와 인력 운영 문제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직원들은 AI 활용에 소극적이거나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업무 수행 방식이 설계·검토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기존 평가 체계와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AI 도입으로 확보된 여유 인력을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재배치하지 못하는 점도 생산성 정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환경속에서 기업 간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AI 투자 상위 25% 기업의 매출은 최근 몇 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한 반면, 하위 기업은 성장 정체를 보이고 있다. AI 도입 자체보다 운영 방식과 활용 수준이 성과를 좌우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AI를 단순 보조 도구가 아닌 업무 수행 주체로 재정의하고, 조직 전반의 운영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AI 도입 목표를 비용 절감이나 매출 확대 등 재무 지표와 직접 연계하고, 데이터·시스템·AI를 통합한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부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기반의 유연한 조직 운영과 인력 재배치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기술 자체의 성능은 이미 개인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이를 조직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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