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정부가 ‘주 4.5일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현 추세대로라면 연간 노동시간이 2030년 1700시간대 초반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추가 제도 개편 없이 자연 감소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진단도 함께 제기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지난해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실질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근무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5일 고용노동부 의뢰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수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국내 연간 노동시간은 1739시간 수준으로 예측됐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1700시간대 진입’ 목표와 궤를 같이하는 수치다. 앞서 정부는 2024년 1859시간 수준인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국내 노동시간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2017년 1996시간이던 연간 노동시간은 주 52시간제 도입 등 제도 변화 영향으로 2024년 1859시간까지 줄었다. 다만 이 같은 감소는 ‘장시간 노동 축소’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보고서는 그간 노동시간 단축이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 비중 감소에서 비롯된 만큼, 추가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감소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미 장시간 노동이 상당 부분 줄어든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자연 감소 여지는 크지 않다는 의미다.
국제 비교에서도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여섯 번째로 길며, 독일(1294시간), 네덜란드(1367시간), 프랑스(1390시간) 등 주요 유럽 국가들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 일본(1636시간)보다도 길고, OECD 평균보다 높은 미국(1810시간)과 비교해도 여전히 많은 편이다.
보고서는 한국 노동시간이 긴 구조적 원인으로 ‘근로시간 형태의 획일성’을 지목했다. 주 40시간 근로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유럽 주요국은 다양한 시간제 근로가 확산돼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주 5일·하루 8시간’ 중심의 전일제 구조가 노동시간 단축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휴가 사용 문화 역시 차이를 보였다. 여름철 일시 휴직 비중이 국내는 3% 수준에 그치는 반면, 유럽 주요국은 50%에 달한다. 장기 휴가 사용이 활성화된 유럽과 달리, 국내는 연차를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데 제약이 큰 환경이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보고서는 향후 과제로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근로시간 단위 다양화 △연차휴가 소진율 제고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가족 돌봄 등 사유로 일정 기간 일을 중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요구된다. 보고서는 일률적인 노동시간 규제가 기업 생산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생산성 향상과 병행하는 방식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추진 중이며, 최근에는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막기 위한 지침을 내놓고 ‘고정 OT’ 초과분에 대한 추가 수당 지급을 명확히 했다.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도 추진할 방침이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