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당초 계획된 분양 물량이 제때 시장에 나오지 못하면서 공급 흐름이 흔들리고 있다. 금리와 보증료 부담, 분양 성적 불확실성 등이 맞물리며 건설사들이 분양 시점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량 자체보다 일정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제때 공급’ 여부가 새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계획된 분양 물량이 제때 시장에 나오지 못하면서 분양시장에서 공급 일정 안정성이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분양 계획 물량은 4만565가구였지만 실제 공급은 2만5614가구로 공급률이 63.1%에 그쳤다. 계획 대비 약 1만5000가구가 실제 분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예정됐던 물량이 모두 시장에 나오지 못하면서 계획과 실제 공급 간 괴리가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차이는 단순한 공급 감소라기보다 일정 지연에 따른 공급 공백에 가깝다. 계획 물량 중 일부는 다음 달 이후로 이월되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재조정될 수 있다. 특정 월에 공급이 비고 이후 다른 시점에 물량이 나뉘어 나오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수요자 입장에서는 분양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실제 일부 사업장에서는 분양 시점이 뒤로 밀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구월아트파크’는 당초 4월 분양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5월 분양 예정으로 일정이 조정됐다. 이 단지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 옛 롯데백화점 부지에 들어서는 496가구 규모 단지로,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달 분양 예정이라고 다시 밝힌 바 있다.
분양 일정 조정은 시장 불확실성과 맞물려 있다. 최근 분양시장은 수도권 핵심 입지와 지방·비선호 지역 간 온도차가 커진 상태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입지에는 청약 수요가 집중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미달이나 계약률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기 분양에 나서더라도 입지와 분양가, 브랜드, 주변 공급 상황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리는 구조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예정 물량을 계획대로 밀어내는 것만으로는 리스크를 줄이기 어렵다. 분양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초기 계약률 확보가 어려워지고 이후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 반응을 살피며 분양 시점을 나누거나 일정을 다시 잡는 방식이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활용되는 분위기다.
금융 부담도 일정 조정 배경으로 꼽힌다. 공사비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금융비용과 보증료 부담이 겹치며 사업 추진 비용이 높아졌다. 분양 시점이 사업 수익성과 자금 회수 흐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건설사들이 시장 상황을 보며 공급 시기를 조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문제는 일정 조정이 반복될수록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공급 물량 총량이 유지되더라도 특정 시기에는 공백이 생기고 이후 물량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 이 경우 실수요자는 청약 시점과 비교 대상 단지를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시장 체감도도 월별 공급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분양 일정이 계획대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수요자들의 대기 심리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하는 지역의 공급이 미뤄질 경우 청약 대기 수요가 누적되고 반대로 여러 단지가 같은 시기에 나올 경우 경쟁 구도와 청약 전략도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분양시장에서 단순 공급 물량보다 일정 안정성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논의와 별개로 계획된 물량이 예측 가능한 시점에 나와야 수요자와 시장 모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분양시장 안정의 관건은 ‘얼마나 많이 공급하느냐’뿐 아니라 ‘계획대로 공급되느냐’에 있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공급 자체를 줄인다기보다 시장 상황을 보며 분양 시점을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분양시장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려면 물량 규모 못지않게 계획된 공급이 예측 가능한 일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