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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완성차 '원자재 쇼크' 불똥…K-배터리, '멀티 포트폴리오'로 체질 개선

입력 2026-05-06 16:38:37 | 수정 2026-05-06 16:38:30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글로벌 전기차(EV) 공급망을 지탱해 온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밸류체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중동 리스크로 핵심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마진 방어에 비상이 걸린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납품 단가 인하 압박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맞춤형 생산 체계 구축과 초저가 나트륨 전지 등을 아우르는 멀티 포트폴리오로 밸류체인을 다변화하며 체질 개선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원자재 인플레이션이 미국 자동차 시장을 강타하면서 전방위적인 공급망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알루미늄 가격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약 16% 급등했고 이로 인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 약 5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의 막대한 추가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알루미늄은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차체 경량화 및 배터리 팩 보호에 대량으로 쓰이는 핵심 원소재다.

글로벌 전기차(EV) 공급망을 지탱해 온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밸류체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사진=제미나이



◆ 원가 압박 덮친 완성차…K배터리 수익성 방어 비상

배터리 기업들이 마주한 시장 구조의 딜레마는 전방 산업인 완성차 업계의 비용 통제에서 비롯된다. 핵심 소재 가격이 폭등하며 제조 원가에 타격을 입혔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상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보조금 축소 등으로 완성차 업체들은 오히려 재고를 털어내고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할인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결국 완성차 업체들이 마진을 남기기 위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전기차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업체들을 향한 납품 단가 인하 압박이다. 이는 과거 원자재 가격 상승기마다 완성차 업계가 원가 부담을 전가해 온 산업 구조적 작용으로 볼 수 있다. 완성차 업계의 이같은 셈법은 국내 배터리 업계의 마진 축소 압박으로 이어지며 원자재 쇼크가 촉발한 청구서를 K배터리가 일정 부분 짊어져야 하는 불리한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 전략도 외형 팽창에서 수익성 방어와 점유율 수성으로 선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단가 인하 요구를 거부하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영토 확장을 노리는 중국 기업들에게 핵심 수주 물량을 뺏길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제한된 마진 속에서도 공정 효율화를 극대화하고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등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 단일 규격 대신 맞춤형 대응하는 K-배터리

시장 구조의 변화는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 간의 역학 구도를 뒤흔들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과거 전기차 배터리 공급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배터리 제조사가 협상 우위를 점하며 제품 채택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원가 절감 시대가 도래하면서 구매력을 가진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규격과 가격을 통제하는 관계로 변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K 배터리는 고객 맞춤형 전략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다. 파우치형 중심이던 SK온은 각형을 선호하는 유럽 시장의 셈법에 맞춰 각형 배터리를 전격 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기존 주력인 원통형과 파우치형 외에 새로운 각형 배터리 라인업을 준비하며 전방위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각형 중심이던 삼성SDI는 글로벌 핵심 고객사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동시에, 공간 활용이 중요한 미래 로봇 산업(휴머노이드)에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유리하다고 판단해 전고체 기반 파우치 배터리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는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CATL이 나트륨부터 전고체 배터리까지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상황을 염두에 둔 전략 수정으로 해석된다. 고객사의 설계 요구를 완벽하게 맞추지 못하면 파트너십 단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맞춤형 솔루션 기업으로 정체성을 진화시켰다는 평가다.

◆ LFP 넘어 나트륨까지…포트폴리오 전면 재편

고객의 요구와 원가 압박을 돌파하기 위해, K-배터리의 소재 밸류체인 역시 하이엔드(고가) 중심에서 '맞춤형 포트폴리오'로 전면 재편됐다. 저가 전기차 시장은 나트륨 이온, LFP(리튬인산철), 리튬망간리치(LMR)로 방어하고, 중·고가 시장은 미드니켈과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로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일례로 고성능 삼원계에 집중하던 LG에너지솔루션은 뒤늦게 LFP 개발에 뛰어들어 국내 3사 중 유일하게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납품 중이며, 2029년에는 '꿈의 배터리'인 전고체 양산에 돌입한다.

전방 산업의 용도에 맞춘 '어플리케이션 다변화'도 밸류체인 진화의 핵심 축이다. 자동차를 넘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각 산업군이 요구하는 최적의 배터리 소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승우 삼성SDI 부사장은 "ESS에는 나트륨 이온, 휴머노이드에는 전고체, UAM에는 리튬황·리튬메탈 배터리 등이 적합하다"며 "각 사용처에 맞는 맞춤형 배터리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맞춤형 원가 절감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제조사가 단일 폼팩터나 하이엔드 소재만 고집해서는 버티기 힘들다"며 "현재의 위기가 K-배터리의 규격 다변화와 차세대 저가형 전지 기술 자립을 한층 앞당기는 촉매제가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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