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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신약개발 10배 단축?"…'데이터·규제' 빠진 ‘반쪽‘ K-문샷

입력 2026-05-07 15:29:23 | 수정 2026-05-07 15:29:13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정부가 K-문샷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신약개발 속도를 10배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핵심 병목은 그대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GPU와 국가 AI 연구 인프라 구축에는 속도가 붙고 있지만 데이터 공유와 임상·규제 개혁이 빠진 만큼 자칫 ‘반쪽짜리 문샷’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K-문샷 프로젝트를 통해 생성형 AI와 구조예측 모델을 신약개발 전주기에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AI 기반 타깃 발굴과 후보물질 설계를 자동화하고 이후에는 다기관 임상데이터와 전자의무기록(EMR)을 학습한 알고리즘으로 임상시험 설계와 환자 모집, 이상반응 예측까지 효율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K-문샷을 통해 신약개발 속도를 앞당기겠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는 규제적 개편도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사진=제미나이



◆“AI로 신약개발 10배”…정부, K-문샷 청사진 제시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과학 AI 연구센터를 구축하고 GPU·슈퍼컴퓨터 등 연산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바이오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가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K-문샷은 AI와 과학기술을 결합해 국가 핵심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범국가 프로젝트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연구 생산성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높이고 2035년까지 첨단바이오·미래에너지·반도체·양자 등 8대 전략 분야 12개 미션을 해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첨단바이오 분야 핵심 과제로 ‘AI 융합 신약개발 속도 10배 향상’이 포함됐다.

정부는 출연연·대학·기업이 보유한 연구데이터를 통합해 대규모 AI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합성신약 개발 성공률과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건수를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GPU 늘었지만…“진짜 병목은 데이터·규제”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청사진이 실제 제약·바이오 산업의 병목과는 다소 엇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가 꼽는 가장 큰 문제는 후보물질 설계 자체보다도 실제 환자 기반 데이터 확보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규제 체계에 있다는 것이다.

AI가 임상 설계와 실패 가능성 예측에서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려면 병원·연구기관·기업이 보유한 임상·유전체·영상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실패 데이터까지 학습해야 AI 정확도를 높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기관별 데이터 사일로와 개인정보 규제로 인해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현재 K-문샷에는 데이터 표준화와 공유 인센티브, 실패 데이터 공개 보상 체계 등에 대한 설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GPU와 AI 모델만으로는 신약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또한 임상시험 승인과 환자 모집, 허가 심사, 건강보험 등재 및 약가 협상 등이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거론된다. 후보물질 탐색과 전임상 단계가 AI로 빨라지더라도 임상과 허가 체계가 기존 속도에 머물면 전체 개발 기간 단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글로벌 빅파마들도 최근 AI 활용 범위를 단순 후보물질 탐색에서 임상 성공률 예측과 환자 선별, 리얼월드데이터(RWD) 기반 허가 전략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한국 역시 AI 인프라 경쟁을 넘어 데이터·규제 체계 개편까지 병행해야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속도·물량 목표 치우쳐”…예산·컨트롤타워 우려도

JW중외제약 자회사 C&C신약연구소 연구원이 제이웨이브 플랫폼을 통해 AI 기반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사진=JW중외제약


성과 지표가 지나치게 속도와 물량 중심이라는 점도 논란이다. 정부는 △개발 기간 10분의 1 단축 △IND 300건 달성 등을 대표 목표로 제시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보건복지부와 연계한 규제 혁신 로드맵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예산과 실행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기존 연구개발 사업과 예산을 재편해 바이오·소재 등 전략 분야 AI 모델 개발에 수천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8대 전략 분야와 12개 미션을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부처별로 흩어진 연구개발 사업과 병원·기업이 보유한 의료데이터를 통합할 컨트롤타워의 실질 권한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앞세운 방향 자체는 맞지만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다기관 임상데이터와 같은 실패 사례 공유 쪽”이라며 “속도와 물량 지표만 강조하면 체감 가능한 신약개발 혁신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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