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내부에서 반도체(DS) 부문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와 편파적 투쟁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 진출 34년 만에 가전 및 TV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며 뼈를 깎는 쇄신에 돌입한 상황에서, 반도체 부문만을 위한 일방적인 파업과 요구가 조직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히 가전과 모바일(DX)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존폐 위기를 겪으며 현지 판매망까지 정리하는 마당에, 특정 사업부의 이익만을 내세운 집단행동은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중국 가전 사업 철수 등 ‘뼈 깎는 쇄신’… 노조는 “투자 재원 다 달라”
대내외적인 경영 여건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992년 진출했던 중국 시장에서 34년 만에 가전 및 TV 판매를 공식 중단하기로 했다.
현지 업체의 저가 공세와 수익성 악화 속에 내린 결정으로, 사실상 중국 내 가전 사업의 종지부를 찍으며 전사적인 체질 개선과 조직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진한 가전 라인의 외주화를 추진하고 주요 해외 생산 거점을 폐쇄하는 등 생존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행보는 과거 모바일 사업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으로 추락하자 지난 2018년 톈진 공장을, 2019년에는 후이저우 공장을 잇달아 폐쇄하며 중국 내 생산 거점을 완전히 철수한 바 있다.
한때 현지 점유율 20%를 상회하며 1위를 구가하던 모바일 사업이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와 애국 소비에 밀려 고전했던 사례가 이번 가전 사업의 판매 중단 사태로 재현된 셈이다.
이처럼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반복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 내부 결속보다는 실익 챙기기에 급급한 노조의 행보가 더욱 뼈아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비상 경영’ 국면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약 37조5000억 원)은 회사가 연간 집행하는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다.
◆ DS 부문 위주의 파업에 DX 부문 “더 이상 못 참아”
노조 내부 갈등도 점입가경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전 및 스마트폰(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인 ‘동행노조’는 최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초기업노조 등이 주도하는 공동투쟁본부(공투본)에 ‘임금교섭 공동교섭단 참여 종료’를 통보했다.
노조의 내홍이 수면 위로 드러난 핵심 원인은 ‘반도체 편중’이다. 공투본은 DS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 없이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DS 부문 직원들은 1인당 최대 7억 원 가까운 성과급을 받게 되지만,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DX 부문은 사실상 철저히 배제돼 있다.
DX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적자 위기에 처한 가전과 모바일 부문의 희생을 강요하고 반도체 식구들만 챙기겠다는 것”이라며 노조 탈퇴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때 7만6000명에 달하던 상위 노조 조합원 수는 최근 7만4000명대로 급감한 상태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노조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전 사업의 중국 철수와 전 방위적인 원가 압박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투자 재원을 임금으로 소진하자는 노조의 주장은 결국 ‘같이 망하자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다.
재계 관계자는 “특정 사업부의 이익만을 앞세운 노조의 행보가 기업의 경쟁력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내부 결속을 해치고 미래 성장 동력마저 위협하는 노조의 투쟁이 계속된다면, 삼성의 미래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