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새롭게 개정한 헌법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을 명시하고, 김 위원장의 유고 시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력 사용 권한을 위임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 헌법은 지난 3월 개정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새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 북한의 영토를 한반도의 북쪽으로 한정해 남북 두 국가론을 헌법화했다.
아울러 서문에 김일성·김정일 선대 지도자의 국가 건설과 통일 업적을 삭제했다. 국가 건설과 활동의 지도 지침으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언급한 것 외에는 지난 헌법 서문에서 장황하게 서술했던 선대 업적을 뺐다.
6일 통일부기자단 대상 간담회에서 공개된 북한 새 헌법에 따르면, 제6장 국가기구 제1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항목 제89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은 국무위원장에게 있다. 국무위원장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력 사용 권한을 위임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선포한 남북 두 국가론도 영토 조항으로 신설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주요간부들에게 저격수보총을 선물하고 사격장에서 저격무기 사격을 한 가운데 김위원장의 딸 주애가 저격총을 조준한 모습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의 28일 보도. 2026.2.28../사진=연합뉴스
헌법 2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러시아 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해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선언한 북한이 헌법을 통해 남북을 경계를 맞댄 두 국가라고 규정한 것이다. 북한은 헌법에서 통일, 민족 등 개념도 삭제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자주 언급했던 적대적 표현들을 헌법에 담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할 것을 지시하면서 ‘전쟁 시 대남 평정·수복·편입’ 방침을 언급하고 ‘제1 적대국으로 교양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이 영토 완정 등을 언급하며 사용했던 ‘서해 국경선’ 또는 ‘해상 국경선’의 표현도 헌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날 통일부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개정 헌법에 대해 “북한이 전반적으로 정상국가화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 헌법을 디자인한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면서 “영토조항 신설로 국가성을 강조했으나 ‘적대적’이라는 표현은 헌법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남북 평화공존을 향한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겠다는 희망적 판단을 할 수 있는 헌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기존 헌법은 서문의 주 내용이 김일성·김정일 업적을 나열했는데. 그 서문이 사라지면서 자동적으로 그런 업적들이 같이 헌법규정에서 빠지게 됐다”며 “예를 들면 사회주의 조선, 조국통일 위업, 선군정치, 핵보유국 표현들이 다 서문에서 삭제됐다. 핵보유국 규정은 뒤에 4장 국방에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6장 국가기구에 두 개 조를 신설했는데, 핵무력 지휘권은 국무위원장이 독점한다는 규정을 넣었고,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력사용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고 했다. 핵무력의 위임권과 독점권이 다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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