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코스피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시중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이 보험업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예·적금뿐 아니라 장기 보장성 상품인 보험까지 해약하고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옮겨가면서 생명보험사들의 해약환급금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국내 생명보험업계 대형 3사의 올해 1분기 해약환급금은 총 4조89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조2104억원) 대비 16.3% 증가한 수준이다. 해약환급금은 가입자가 보험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돌려받는 금액으로,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 해약이 늘었다는 의미다.
코스피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시중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이 보험업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Gemini 생성 이미지
특히 암보험과 종신보험, 연금보험 등 상대적으로 환급금 규모가 큰 장기 보장성 상품 및 저축성 상품의 해약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저금리 시기 노후 대비와 보장 목적 등으로 가입했던 보험 상품들이 최근 증시 활황 속에서 투자 재원 마련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종목 강세에 힘입어 투자 심리가 빠르게 살아나는 분위기다.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하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지금이라도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 상품을 유지하기보다 해약환급금을 활용해 주식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27조원이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말 36조원으로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지난해 말 9829개에서 680만개 늘어난 1억509만개로 집계됐고, 증시 진입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88조원에서 125조원으로 증가했다.
또 보험 해약 증가 배경에는 증시 투자 열기 외에 경기 둔화와 생활비 부담 확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가계의 실질 소비 여력이 줄면서 매달 보험료를 부담스러워하는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보험은 장기 상품 특성상 매달 고정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가장 먼저 줄이는 지출 항목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의 경우 납입 기간이 길고 보험료 부담도 상대적으로 큰 편이어서 자금 사정이 악화된 가입자들의 해약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가입한 고금리 저축성보험 일부도 중도 해약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무분별한 보험 해약이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은 가입 초기 사업비가 반영되는 구조여서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보장성보험은 재가입 시 연령 증가와 건강 상태 변화로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가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험을 해지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해약환급금을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려는 사례가 증가하는 분위기”라며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투자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데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험은 위험 보장 기능이 핵심으로 해약을 결정하기 전에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