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에너지 원가 상승 여파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산업계 내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가운데 전기요금까지 오를 경우 제조업 전반의 생산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어서다. 이에 산업계 내에서는 전기요금 인하가 어렵다면 전기요금 체계 개편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 원가 상승 여파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산업계 내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석유화학산업단지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력용 연료탄 가격은 톤당 131.67달러로 미국과 이란 전쟁이 발생하기 전 2월 평균가격 115.65달러 대비 13.9% 상승했다. 동아시아 LNG 현물 가격도 MMBtu당 16.84달러로 지난 2월 27일 10.70달러보다 57.4% 높아졌다.
국내 전력 시장에서는 원자력과 석탄 발전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LNG 발전이 더해지며 전력 수급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용 연료탄과 LNG 가격 상승은 발전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대부분의 LNG는 장기계약 물량으로 들어오고 있어 아직 큰 타격은 없지만, 가격 상승 물량들이 하반기부터 들어온다면 연료비 부담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솔솔’
산업계 내에서는 원료 가격 상승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정부는 2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으나 고가의 원료가 국내에 반영하기까지 시차가 있어 하반기에는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이미 높은 상태에서 추가 인상까지 이뤄질 경우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생산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kWh(킬로와트시)당 105.5원이었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현재 185.5원으로 75.8% 올랐다. 이에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더 비싼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일수록 철강·석유화학·반도체업계의 부담은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자재 가격은 물론 물류비,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친 상태다.
철강업계는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고 있어 전기요금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글로벌 공급 과잉과 업황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도 대규모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만큼 전력 비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낮 시간대 전기요금을 낮추고, 밤 시간대 요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개편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을 낮춰주려 했지만 산업계 내에서는 큰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다.
낮 시간대에만 공장을 가동하는 경우에는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있지만,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경우에는 야간 요금 인상 부담이 함께 반영돼 전체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원가 절감을 위해 낮에는 생산을 멈추고 밤에 공장을 가동하던 철강업계의 경우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에 이번 요금제 개편과 관련해 일부 업체들은 유예를 신청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산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가격 인상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어려운 업황에 비용 부담이 더 커질까 우려된다”며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을 낮추려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산업계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서둘러야”
산업계 내에서는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지자체별 전력 자급률에 따라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기업들의 생산공장은 주로 지방 산업단지에 위치해 있고, 충청도·경상도·전라도 등 주요 산업 지역은 전력 자급률이 100%를 웃돌고 있다.
그동안 전력 생산 시설이 집중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동일한 요금 체계가 적용되면서 지역 간 형평성 문제와 함께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적용되면 전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생산하는 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이 완화되고, 기업들의 생산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권에서도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철강산업 전기요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K-스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국가 기간산업 시설에 대해 전기요금을 감면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와 전기요금 부담 완화 내용을 담은 법안이 통과된다면 산업계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일정 부분 낮추면서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여론 등을 의식해 추진이 늦어지는 분위기지만 산업계에서는 빠르게 추진하길 바라고 있다”며 “전기요금 구조 개편이 늦어질수록 기업들의 비용 부담만 누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