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거장들이 설계한 ‘예술의 미로’에 빠질 5월 극장가

입력 2026-05-09 11:11:55 | 수정 2026-05-09 01:33:56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깊어가는 봄, 영화관은 단순한 상영관을 넘어 거장들의 치열한 시선이 교차하는 ‘예술의 각축장’이 된다. 각기 다른 장르와 문법으로 시대를 풍미해 온 세 명의 거장—빔 벤더스, 제임스 카메론, 홍상수—이 5월 극장가에 집결하며 관객들에게 오감을 깨우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무용과 기술, 그리고 일상의 이면을 파고드는 이들의 신작은 영화 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축제와도 같다.

빔 벤더스가 빚어낸 무용의 입체감, ‘피나’

먼저 독일 영화의 전설 빔 벤더스가 포문을 열었다. 지난 6일 재개봉한 영화 ‘피나’는 벤더스가 그의 예술적 동반자였던 현대 무용의 혁명가 피나 바우쉬에게 바치는 헌사다. 20여 년간 ‘그녀의 춤을 어떻게 프레임에 가둘 것인가’를 고민하던 그는 피나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비로소 해답을 완성했다.

사진 왼쪽부터 빔 벤더스 감독의 '피나', 제임스 카메론과 빌리 아일리시 감독의 '빌리 아일리시 - 히트 미 하드 앤드 소프트: 더 투어', 그리고 홍상수 감독의 '그녀가 돌아온 날' 포스터들./사진=(주)에무필름즈 제공



영화는 3D 기술과 유려한 카메라 워킹을 통해 무대라는 물리적 공간을 무너뜨린다. 관객은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관찰자가 아니라,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역동적인 근육의 떨림이 느껴지는 무대 한가운데로 초대받는다. ‘봄의 제전’, ‘카페 뮐러’ 등 피나 바우쉬의 대표작들이 벤더스의 시선을 거쳐 스크린 위에서 다시 태어났다.

제임스 카메론과 빌리 아일리시의 기술적 조우

시각 효과의 끝을 보여주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음악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탐험한다. 그가 제작하고 공동 연출한 ‘빌리 아일리시 - 히트 미 하드 앤드 소프트: 더 투어’는 팝의 아이콘 빌리 아일리시의 공연 실황을 담은 작품이다.

카메론은 ‘아바타: 불과 재’ 제작 과정에서 개발한 최첨단 3D 기술을 이 공연에 쏟아부었다. “관객이 잠시나마 빌리 아일리시 본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영화는 압도적인 입체감으로 콘서트장의 전율을 그대로 재현한다. 거장이 설계한 기술적 완성도가 빌리 아일리시의 감각적인 음악과 만나 시네마틱 체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다.

홍상수의 정교한 일상 포착, ‘그녀가 돌아온 날’

화려한 기술과 역동적인 퍼포먼스 사이에서 한국의 거장 홍상수 감독은 가장 ‘홍상수다운’ 방식으로 승부한다. 그의 34번째 장편 ‘그녀가 돌아온 날’은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며 다시 한번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배우 송선미와 호흡을 맞춘 이번 작품은 일상의 사소한 단면을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포착한다. 거창한 특수효과나 화려한 무대 장치 없이도, 인물들의 대화와 머뭇거림 속에서 삶의 진실을 길어 올리는 그의 마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반복과 변주를 통해 평범한 순간을 특별한 예술로 변모시키는 그의 미학은 관객들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처럼 5월 극장가는 무용(빔 벤더스), 음악 기술(제임스 카메론), 세밀한 서사(홍상수)라는 각기 다른 예술적 성취를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거장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공유하는 것은 관객들에게 영화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한다.

봄의 절정에서 만나는 이 거장들의 향연은 전국 극장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일상에 지친 오감을 깨우고 싶은 관객이라면, 거장들이 정교하게 설계한 이 예술의 미로 속으로 기꺼이 발을 들여놓을 때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