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에쓰오일이 중동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과 정제마진 호조에 힘업어 1분기 1조 원이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8조9427억 원, 영업이익 1조2311억 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3배 이상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실적 호조 주역은 정유 부문이다. 정유 부문에서만 1조39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원유 공급 차질이 발생하며 국제 유가가 치솟았고 이로 인한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와 6434억 원에 달하는 재고 평가 이익이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주요 산유국의 수출 제한과 글로벌 정제 설비 가동 축소가 맞물리면서 아시아 지역의 등유·경유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진 점이 주효했다. 글로벌 원유 수급 불안정이 역내 정제마진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며 정유사에 유리한 공급자 우위 밸류체인이 형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비정유 부문은 급등한 원재료 가격의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화학 부문은 재고 관련 이익에 힘입어 영업이익 255억 원으로 소폭 흑자 전환했다. 윤활 부문도 원재료 상승분을 제품 판가에 온전히 전가하지 못하며 전 분기보다 수익성이 하락한 166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이같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 속에서도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와의 탄탄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원유 조달 리스크를 제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람코와의 장기 원유 구매 계약 및 관계자 바흐리와의 장기 운송 계약을 통해 평시 수준인 월 10개의 원유 카고 물량을 차질없이 안정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원유 수급을 넘어 지정학 리스크가 기업의 실적 변동성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헷지 수단이다. 경쟁사들이 원유 조달 비용 급등과 물류 대란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도 대주주와의 확고한 수직계열화 및 해상 물류 동맹이 경쟁 해자로 작용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초대형 석유화학 복합시설 샤힌 프로젝트 역시 순항 중이다. 4월 말 기준 공정 진행률은 96.9%에 달하며 스팀크래커와 TC2C 가열로 등 핵심 설비의 설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회사는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올 상반기 내로 기계적 완공을 마치고 연말까지 시운전을 거쳐 상업 가동 준비를 끝마치다는 구상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2분기에도 고유가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보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의 여파가 더 커 정유 부문의 견조한 시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유가 하락 시 발생할 수 있는 재고 평가 손실 및 래깅 효과 축소 등 하방 리스크에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