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잠정 합의를 도출했으나, 이번 타결이 향후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원청 대기업의 파격적인 보상안이 나오자마자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협력사까지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한편, 이번 합의가 고질적인 의대 쏠림 현상 속에서 우수 인재들을 다시 공대로 유인해 이공계 인기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잠정 합의를 도출했으나, 이번 타결이 향후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원청 대기업의 파격적인 보상안이 나오자마자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협력사까지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한편, 이번 합의가 고질적인 의대 쏠림 현상 속에서 우수 인재들을 다시 공대로 유인해 이공계 인기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노노 갈등으로 번진 성과급 불만과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는 이번 합의가 내부의 또 다른 불씨를 당겼다는 점이다. 잠정 합의안 도출 직후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을 중심으로 노조 가입이 급증하며 부결표 결집 움직임이 일어나는가 하면,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에서는 성과급 차등 지급에 반발해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는 등 극심한 내부 진통이 확산하고 있다. 기여도나 사업부별 실적에 따른 차등 보상이라는 인사 경영권마저 노노(勞勞)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노동계와 일부 협력사 노조까지 가세해 원청의 이익 공유 체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산업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대내외적 압박이 개별 기업의 독자적인 기술 혁신과 리스크 감수 결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하는 글로벌 경제자유지수 평가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한국은 채용과 해고의 유연성, 임금 결정의 자율성 등을 평가하는 '노동시장 자유도(Labor Freedom)' 항목에서 매년 글로벌 평균을 크게 밑돌며 전체 경제자유도 순위를 끌어내리는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받아 왔다. 내부의 노노 갈등과 외부의 성과급 연대 요구가 동시에 분출되는 현재의 상황은,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심화시키는 또 하나의 지표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확실한 보상 시그널이 이끄는 이공계 유인 효과
그러나 이번 사태의 이면에 있는 파격적 보상 체계가 우수한 인재들을 이공계로 유인할 확실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그동안 교육계와 산업계의 큰 고민이었던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첨단 산업에서 성과를 낸 만큼 의사 못지않은 경제적 성취와 자산 형성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과대학이나 AI 관련 학과에 진학해 성과를 내면 확실한 보상이 따른다"는 시장의 시그널이 명확해질수록 이공계 학과의 선호도와 경쟁력이 동반 상승하는 구조적 전환이 가능해진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패권을 주도하는 해외 기업들은 일찍이 파격적인 보상 제도를 인재 확보의 핵심 무기로 활용해 왔다. 대만 TSMC는 실적 호황의 결실을 분기별 성과급과 대규모 현금 배당으로 신속하게 공유하며 대만 내 최고 수준의 급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 역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적극 활용해 직원이 회사의 성장 과실을 장기적으로 함께 나누는 구조를 정착시켰다.
◆ 힘의 논리 변질된 보너스, ‘생산성 연동’ 원칙 되찾아야
결국 핵심은 보상의 총액이 아니라 '보상의 기준과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철저히 개인과 조직의 생산성, 그리고 기술적 기여도에 연동해 인재를 빨아들이는 촉매제로 성과급을 활용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노사의 힘겨루기나 사업부 간 형평성 논란, 그리고 연대 임금이라는 명분 하에 일종의 전리품처럼 분배 압박이 가해지며 제도 본연의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
투자와 리스크 감수의 주체인 기업의 독자적 성과를 명확한 기준 없이 나누라는 대내외적 요구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미래 투자 재원을 갉아먹고 최상위 인재들의 혁신 의지를 꺾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확실한 성과 보상은 우수 인재를 공대로 유인해 국가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강력한 동력이지만, 기여도와 무관한 일률적 배분 요구는 도리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성과급 본연의 인센티브 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