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 특급호텔 기업들이 탄탄한 자산과 구매력을 갖춘 '골드 시니어'를 겨냥한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호텔업 특유의 고품격 F&B(식음료)와 컨시어지 노하우를 시니어 주거 사업에 적용해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가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 서비스로 관리하는 시니어 레지던스 'VL 르웨스트' 전경./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 시니어 주거 시장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곳은 롯데호텔앤리조트다. 지난 2022년 가장 먼저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Vitality&Liberty)을 론칭한 이후 현재 'VL르웨스트'에 전문 컨설팅 인력을 상주시키며 입주 회원 관리와 생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롯데호텔앤리조트는 동종 업계 최초로 반려견 입소를 허용하는 펫 프렌들리 정책을 도입해 차별화를 꾀하고, 그룹 내 여행사(롯데JTB)와 연계한 여가 특화 상품을 기획하는 등 시장을 선점해나가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국내 실버 산업은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잠재력 높은 시장"이라며 "오랜 기간 축적해 온 특급호텔 운영 노하우와 하이엔드 서비스 역량을 시니어 주거 영역에 접목해,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며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 계열의 파르나스호텔앤리조트는최고급 시니어 레지던스 '소요한남'의 커뮤니티와 편의시설 위탁 운영사로 참여하며 하이엔드 주거 시장에 진입했다. 본격적인 청약 일정에 돌입한 소요한남은 MDM그룹 계열의 한국자산신탁이 시행·개발을 맡고, 파르나스호텔앤리조트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등을 운영하며 쌓은 5성급 호스피탈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파르나스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호텔 서비스의 본질을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 있다"며 "입주민이 요청하기 이전에 생활 패턴과 선호를 고려해 필요한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지원하고, 개인별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운영 방향이다"고 말했다.
파르나스호텔앤리조트는 소요한남의 핵심 서비스로 △24시간 컨시어지 △버틀러 서비스 △라이프스타일 다이닝 △하우스키핑 △웰니스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할 예정이며, 주거·식음·건강·여가 서비스를 하나의 통합된 생활 경험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운영 체계를 준비 중이다.
GS그룹 계열의 파르나스호텔앤리조트가 위탁 운영사로 참여한 최고급 시니어 레지던스 '소요한남' 조감도./사진=파르나스호텔앤리조트 제공
호텔신라는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 내 사업 목적으로 '노인주거·여가복지 시설 설치 및 운영사업' 등을 추가했다. 다만 정관 변경 이후 구체적인 브랜드 출범이나 현장 개발 등 실질적인 사업 전개는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역시 지난 2024년 1월 시니어 주거 서비스 기획을 전담하는 내부 조직을 신설해 사업 타당성을 다각도로 검토했으나, 현재는 별도의 구체적인 사안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기존 호스피탈리티 내실화에 집중하며 진입 타이밍을 조율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특급 호텔들의 시니어 레지던스 진출을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체질 개선으로 보고 있다. 호텔의 핵심 역량인 하우스키핑, 24시간 컨시어지, 개인 맞춤형 식단 등은 프리미엄 시니어 주거 단지가 요구하는 핵심 서비스 인프라와 정확히 맞물리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시니어 돌봄 시장이 단순한 요양의 영역을 넘어 건강 관리와 역동적인 활동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현재 국내 시장은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의 태동기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이를 향유할 수 있는 자산가형 고령층(골드 시니어)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이용 양극화 현상 역시 향후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