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기가 차세대 반도체 기판의 핵심 부품인 ‘실리콘 커패시터’ 시장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낸다. 특히 삼성전기는 고성능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인 MLCC와 패키지 기판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기업으로, 차세대 실리콘 커패시터까지 연계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11일 진행된 시스템 기술 설명회를 통해 실리콘 커패시터의 핵심 기술 경쟁력과 향후 사업 로드맵을 공개했다. 급성장하는 고성능 AI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AP, 자율주행 시장을 겨냥해 기존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가 진입하지 못하는 초슬림·고성능 영역을 개척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수주 논의를 전방위로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기는 지난 11일 진행된 시스템 기술 설명회를 통해 실리콘 커패시터의 핵심 기술 경쟁력과 향후 사업 로드맵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발표에 나선 김원기 삼성전기 실리콘 커패시터 개발 그룹장./사진=조우현 기자
◆ 반도체 미세화 속 필수 부품 부각… 숯의 다공성 구조 원리 적용
커패시터는 전자회로에서 댐이나 물탱크처럼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해 주는 핵심 수동부품이다. 최근 반도체 공정이 2~3㎚(나노미터) 이하로 초미세화 되고 AI 데이터센터 등에서 전력 소모량이 급증함에 따라, 좁은 공간에서 노이즈를 제어하고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커패시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삼성전기가 주력하는 실리콘 커패시터는 세라믹을 여러 층 쌓아 만드는 기존 MLCC와 달리, 반도체 제조 공정을 적용해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전체와 전극을 형성한 제품이다.
이날 설명회에 나선 김원기 실리콘 커패시터 개발 그룹장은 “실리콘 커패시터는 미세 에칭 공정으로 실리콘 표면에 수많은 미세 구멍을 뚫어 표면적을 극대화한 제품”이라며, 공기청정기에 쓰이는 숯의 다공체 구조처럼 좁은 면적에 더 많은 전기 용량을 담아내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 초슬림·초저인덕턴스·고온안정성 등 ‘3대 차별화 경쟁력’ 눈길
삼성전기가 내세운 실리콘 커패시터의 핵심 강점은 초슬림, 초저인덕턴스, 고온 안정성 세 가지다. 우선 캡 형성 부위를 1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줄여 전체 부품 두께를 머리카락 10분의 1 수준인 100㎛ 미만으로 구현했다. 100㎛ 밑으로 내려가면 특성이 저하되는 기존 MLCC의 기계적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또한 전류가 급격히 흐를 때 발생하는 회로 속 방해 전자기장인 기생 인덕턴스를 1피코헨리 이하로 대폭 낮췄다. 이는 신호 왜곡 및 지연을 막아 고속 연산이 필수적인 고성능 AI 칩에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한다.
아울러 온도가 오르면 용량이 줄어드는 세라믹과 달리 온도 변화에 따른 특성 변화가 거의 없어, 250℃ 이상의 고온 환경이나 항공, 우주 및 자율주행차 등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탑재가 가능하다.
◆ 기존 MLCC와 상호 보완… 패키지 기판 내부 임베디드 전환 가속
기존 주력 사업인 MLCC와의 시장 잠식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고전압·고용량 영역을 담당하는 MLCC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제약이 극심하고 고주파 노이즈 제어가 필요한 미세 영역을 상호 보완하는 관계라는 설명이다.
특히 고성능 AI 반도체 패키지에서 메인 IC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는 인터포저 주변 및 패키지 기판 뒷면, 더 나아가 기판 내부에 내장되는 임베디드 형태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두께가 얇고 균일해 기판 제작 수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파운드리 및 글로벌 백엔드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고객사 맞춤형 턴키 제품을 통해 시장 적기 진입을 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빅테크와 수주 논의 활발… “세계 유일 원스톱 공급 역량으로 승부”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실리콘 커패시터의 매출 비중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김원기 그룹장은 “올해부터 큰 폭의 공급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포함해 주요 기업들과 실리콘 커패시터 공급 및 전방위적 기술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추가 대형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경쟁사 대비 삼성전기만의 차별점으로는 패키지 기판, MLCC, 실리콘 커패시터를 모두 자체 개발하고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토탈 솔루션 역량을 재차 꼽았다.
또 “고객 입장에서 부품 불량 발생 시 책임 소재 공방이 생길 수 있으나, 삼성전기는 기판 두께부터 커패시터 배치 구성까지 통합 영업 및 매칭 제안이 가능하다”며 “과거 통신 모듈 및 5G 안테나 사업 등을 통해 축적한 고주파 설계 자산이 단기간에 실리콘 커패시터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핵심 원동력”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데이터센터 간 광통신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60에서 100기가헤르츠급 초고주파 영역에서 실리콘 커패시터 채택이 필수화되고 있다”며 “연평균 18%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갈 실리콘 커패시터 시장에서 종합 솔루션 역량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