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자동차업계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본격화되면서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성과급을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보장과 하청노조의 원청교섭 요구까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올여름 노사 갈등의 파고가 어느 때보다 높을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최근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내달 15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올해 공동요구안에 기본급 인상과 함께 AI 도입에 따른 고용보장, 원청교섭 실현 등을 포함하며 산업계 전반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순이익 30%"…노조 요구 수위 높아져
자동차업계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본격화되면서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사진=AI 생성
올해 임단협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성과급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요구 규모는 3조 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30% 수준 성과급 지급을 요구안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노조는 1인당 약 3000만원의 성과급과 기본급 14만9600원 정액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가 자동차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반면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관세 정책과 전기차 수요 둔화,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입장이다.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과도한 성과급 요구가 미래 투자 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AI·원청교섭까지…산업 전환기 노사 갈등 확산
올해는 임금 문제를 넘어 산업 구조 변화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는 AI와 로봇 도입 확대가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용보장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동화와 AI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스마트팩토리와 휴머노이드 로봇, AI 기반 생산 시스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청노조의 원청교섭 요구도 변수다. 현대차 사용자성 여부를 둘러싼 노동위원회 심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원청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노사 간 입장 차가 크다.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완성차업계 전반으로 원청교섭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완성차 노조의 요구가 산업 전환기 경쟁력 확보보다는 성과 배분과 고용 유지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동화와 AI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임금과 고용 문제를 넘어 생산성 제고와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완성차 업계의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생산 차질과 이에 따른 수출 감소 등 국내 경제에 미칠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부품업체와 물류망까지 연결된 대표적인 연관 산업인 만큼 파업이 장기화되면 협력사와 지역경제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AI 도입에 따른 고용 문제와 원청교섭 이슈까지 겹치면서 예년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대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까지 현실화될 경우 생산 차질과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