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데스크 칼럼] 영유아 위협하는 ‘코인 배터리’…안전기준 강화 필요성 커져

입력 2026-06-12 17:19:12 | 수정 2026-06-12 17:22:01
이미미 부장 | buzacat59@mediapen.com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지난 4월 강원 횡성의 한 가정집. 25개월 남아가 건전지를 삼킨 것으로 의심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구급대는 소아 내시경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인근 의료원에서 X선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아이의 위장 부위에서 건전지 2개가 확인됐고 심각한 내부 손상이 우려돼 상급종합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단추형 전지 예시 사진/이미지=미디어펜 DB



이 같은 아찔한 사고는 결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접수된 영유아 및 어린이의 이물질 삼킴 사고는 총 4,113건에 달한다. 이 중 단추형 전지 삼킴 사고는 연평균 약 55건(총 279건)이나 발생했다. 전체 이물질 사고의 67.6%가 7세 이하에서 일어났으며, 특히 사물을 입으로 가져가 탐색하는 2세 이하 영아기 사고가 38.1%를 차지할 정도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영유아 이물질 삼킴 사고 중에서도 '코인형 리튬 배터리'는 차원이 다른 치명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일반 이물질과 달리 체내에서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식도에 머무를 경우 타액이 전해질 역할을 해 전류가 흐르게 되고, 빠르면 2시간 이내에 식도 점막에 심각한 화학적·전기적 화상을 입힌다. 이는 궤양, 출혈, 식도 천공 및 협착 등 중대한 합병증은 물론 최악의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화학적 손상은 배터리가 제거된 이후에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사고 직후 뚜렷한 초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아이가 보채거나 침 흘림, 구토, 복통 등의 반응을 보이더라도 단순 감기나 소화기 질환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2020년 18개월 유아가 단추형 전지를 삼키고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리즈법(Reese's Law)’을 제정, 2024년부터 관련 포장 및 표시 기준을 의무화했다. 호주와 영국 등도 중증 손상 사례가 잇따르자 포장 규제와 경고 표시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역시 제도적 방어막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올해부터 어린이 전지 삼킴 사고 예방을 위해 버튼형·코인형 일차전지에 '어린이 보호 포장(쉽게 개봉하기 어려운 이중 포장)'과 경고 문구 표시를 의무화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어린이 안전 시행계획을 통해 관련 안전 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 내 철저한 예방과 올바른 응급 대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배터리를 삼킨 것으로 의심될 경우,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더라도 즉시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억지로 토하게 하거나 물이나 음식물을 먹이는 행동은 오히려 화학 반응을 촉진해 추가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 작고 반짝이는 동전 건전지, 평소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사용 후 즉시 폐기하는 부모의 작은 습관이 우리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