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침체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유연한 비상 경영과 개인기로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신생 초기업노조를 비롯해 현대차·조선·철강업계가 속한 금속노조, 시중은행들의 금융노조에 이르기까지 거대 초기업 연대를 구축한 노동계는 업황과 국내외 정세는 외면하고, 성과급 상향 평준화 및 정년 연장 등 무리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미디어펜은 노조의 집단행동이 기업 경영과 전 세계 경쟁자들과의 생존 경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 이들의 기득권 사수 투쟁이 노동 시장과 국내 정서를 왜곡하는 실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글로벌 생존 경쟁 속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뜻밖의 내부 복병을 만나 발목이 잡혔다. 경영 위기 상황은 외면한 채 세 불리에만 급급한 노동계의 집단 이기주의가 기업들의 생존 노력을 가로막는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면서다.
특히 단일 사업장 경계를 넘어 여러 계열사와 사업부를 포괄하는 ‘초기업 단위 노동조합’의 급부상은 기업 경영에 심각한 과부하를 주고 있다. 삼성을 필두로 확산 중인 이 초기업노조 바람은 최근 주요 대기업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마비시키고,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해야 할 기업의 유연성과 경쟁력을 통째로 갉아먹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생존 경쟁 속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뜻밖의 내부 복병을 만나 발목이 잡혔다. 경영 위기 상황은 외면한 채 세 불리에만 급급한 노동계의 집단 이기주의가 기업들의 생존 노력을 가로막는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면서다. 포스코 노조의 ‘쟁의대책위원회 출범 및 2026 단체교섭 출정식’ 모습./사진=포스코노동조합 라이브 방송 캡쳐
◆ ‘정치 구태’ 민노총 vs ‘실리 이기주의’ 초기업노조… 형태 달라도 복병
국내 대기업 노동조합의 발목잡기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 노동계는 사측과의 협상력을 극대화하고 투쟁 동력을 한데 모으기 위해 단일 기업의 울타리를 깨고 거대 산별노조라는 ‘초기업 체제’를 고안해 냈다. 2001년 출범해 현대차, HD현대중공업 등이 소속된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대표적이다.
과거 이들 1세대 초기업노조는 상생과 협력 대신 ‘붉은 머리띠’와 ‘투쟁가’를 앞세운 대립적 노사관계를 고집해 왔다.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우는 공장 점거, 개별 기업의 재무 상태를 외면한 막무가내식 파업 만능주의,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 등은 지난 20여 년간 한국 기업들의 고질적인 리스크로 군림해 왔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부상한 2세대 초기업노조들이 과거 전통적인 노동계와는 궤를 달리한다는 점이다. 삼성을 필두로 한 신생 초기업노조들은 민노총 등 기존 상급 단체의 정치적 이념 투쟁을 ‘구태’로 규정하며 철저히 선을 긋는다. 대신 이들은 오직 ‘우리 그룹사’의 성과급 상향평준화와 처우 개선 등 눈앞의 보상에만 집중하는 이른바 ‘실리주의’를 표방한다.
그러나 사측 입장에서 느끼는 경영 부담은 매한가지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과거의 거대 산별노조가 이념과 세 과시로 기업을 흔들었다면, 최근의 그룹사형 초기업노조는 업황에 눈감은 철저한 이권 중심으로 기업의 숨통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 획일적 이권 요구가 부른 부작용…‘성과급 격차’에 내부 갈등 폭발
전통적인 대기업 노조들이 단일 기업 사측과 개별적으로 협상하던 방식과 달리, 최근의 초기업노조는 그룹 내 다수 계열사 조합원을 하나로 묶어 대표성을 확보한 뒤 사측을 압박하는 방식을 취한다. 협상력을 극대화해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기업별·사업부별 업황과 경영 현실을 무시한 집단행동은 결국 역풍을 낳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부작용은 ‘획일적 보상 요구’로 인한 내부 이해관계의 충돌이다. 특정 사업부 중심의 교섭과 성과급 산정 방식은 그룹 내 타 사업부나 계열사 간의 격차를 둘러싼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의 경우, 최대 지분을 가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중심의 성과급 불만이 전체 투쟁의 동화선이 되면서 후폭풍을 맞았다. 반도체 직원들의 보상 극대화 투쟁에 업황과 보상 기준이 전혀 다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나 디스플레이·금융·바이오 등 타 계열사 직원들이 ‘초기업 연대’라는 명분하에 투쟁의 들러리로 동원됐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이처럼 특정 사업부의 밥그릇 싸움에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현장 근로자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초기업 연대 내 균열을 촉발했으며, 결국 조합원들의 대거 탈퇴라는 집단행동으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노조의 과반 지위 붕괴로 이어졌으며, 사측과의 정상적인 대화 대신 복수노조 및 계열사 노조 간 주도권 경쟁의 민낯만 드러냈다.
노조 내부의 밥그릇 조율 실패는 결국 사법 리스크로 번지며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DX 부문 조합원들이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사측과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임금·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등 법원의 판단이 노사 갈등의 변수로 작용하면서, 기업은 미래 사업을 위한 적기 투자나 인사 제도 개편 같은 골든타임을 제때 잡지 못하고 노조가 만든 법정 공방의 수렁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 초기업노조 넘어 대기업 노동계 전반으로 ‘집단행동’ 도미노
이러한 갈등 양상은 비단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 그래도 위기 돌파에 바쁜 대기업들이 일부 초기업 단위 노조들의 세 과시와 더불어, 개별 대기업 노조들의 이기주의 기조까지 맞물리며 전 산업계의 손발이 묶이고 있다.
거대 산별노조(초기업노조)인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의 현대자동차 노조는 역대급 임금 인상 요구와 함께 ‘정년 65세 연장’을 조건으로 내걸고 이미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며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전환이 시급한 시점임에도, 상급 단체의 지침에 맞춘 관행적 파업 압박으로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단일 사업장 형태의 개별 기업 노조들까지 이러한 초기업 단위 노조들의 세 과시형 강경 투쟁 기조에 편승해 릴레이식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형태만 초기업노조가 아닐 뿐, 회사의 위기 상황을 외면한 채 이권 챙기기에 나선 본질은 똑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 기업별 노조 체제인 카카오 역시 사법 리스크와 신사업 부진으로 경영진까지 교체하는 와중에 노조의 집단행동에 신음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전사적인 인력 효율화와 비용 절감 기조에 정면 반발하며 최근 창사 20년 만에 첫 파업을 단행했다. 회사의 생존이 불투명한 시점에 터진 파업을 두고 “위기 타개는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초기업노조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성과급 제도 등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지난 5월 사상 첫 전면 파업에 돌입한 이후 교섭은 여전히 장기 공전 중이다. 바이오의 핵심 생산 기지가 마비될 위기에 처하면서 글로벌 수주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같은 초기업 연대 리스크가 산업계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 현대차, 카카오 등 주요 대기업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평균 연봉 1억 원을 웃돌며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주요 시중은행(금융노조)들은 물론, HD현대중공업·현대제철 등 국가 기간산업을 이끄는 조선·철강업계(금속노조) 역시 거대 초기업 연대를 방패막이 삼아 업황을 외면한 일괄 투쟁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대기업들이 각자의 업황에 맞춰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으로 생존을 도모해야 할 때”라며 “단일 기업의 경계를 넘어선 초기업노조의 세 과시형 요구와 명분 없는 투쟁은 결국 위기 계열사의 발목을 잡고 국가 산업 전반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그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