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AI 에이전트가 단순 업무 보조 도구를 넘어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는 새로운 '디지털 직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를 하나의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모델을 잇달아 내놓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AI 에이전트를 조직 구성원처럼 관리하려는 시도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AI 경쟁의 초점이 모델 성능을 넘어 AI를 실제 조직 안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운영할 것인지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기업들은 에이전트를 단순 자동화 도구가 아닌 독립적인 업무 수행 주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AI 경쟁이 모델 개발 단계에서 조직 적용 단계로 넘어가면서 기업들은 AI를 단순 생산성 도구가 아닌 새로운 구성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서 작성과 정보 검색을 넘어 계획 수립과 실행, 다른 AI와의 협업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직원으로서의 AI' 개념도 점차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AI를 단순 소프트웨어가 아닌 조직 내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프런티어 기업' 개념을 제시하며 향후 기업 조직이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디지털 동료' 중심 구조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무용 AI 서비스에는 조사와 분석 업무를 수행하는 '리서처'와 '애널리스트' 에이전트를 도입했으며, 특정 업무를 전담하는 AI 동료가 직원과 협업하는 환경을 새로운 업무 모델로 제시했다.
세일즈포스는 AI 에이전트를 새로운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노동력'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AI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포스'를 통해 고객 응대와 영업,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며 AI를 기업 생산성 향상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SKT)은 최근 AI 에이전트에 사번과 소속, 직무, 권한을 부여하는 'AX 혁신 2.0' 계획을 공개했다. AI를 새로운 업무 주체로 정의하고 입사부터 퇴사까지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데이터 접근 권한과 보안 규정 역시 AI 에이전트에 맞춰 새롭게 정비할 계획으로, 사실상 직원에 준하는 관리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NHN클라우드도 AI 에이전트를 조직 내 실질적인 업무 주체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최근 공개한 '프로젝트X(Project X)'는 기업이 데이터 접근 권한과 업무 범위를 설정한 상태에서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회사는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 상당수가 실질적인 성과 창출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맡아 수행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 AI가 판단하면… 책임은 누구에게
다만 AI 에이전트가 조직 내 역할을 확대할수록 새로운 과제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책임 소재 문제다.
현재 대부분 기업은 AI를 업무에 활용하더라도 최종 의사결정 권한은 사람에게 두고 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한 명의 직원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여러 업무를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할 경우 사람과 AI의 역할 경계는 점차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AI가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오류가 포함된 보고서를 작성했을 경우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향후 AI가 결재 지원이나 계약 검토, 고객 응대 등 핵심 업무에 더욱 깊숙이 참여할수록 관련 논의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러 AI 에이전트가 동시에 업무를 수행하고 서로 협업하는 환경이 확산될 경우 권한 관리와 데이터 접근 통제, 업무 이력 추적 등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 구축 필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경쟁력이 단순 기술 확보를 넘어 이를 얼마나 안전하게 운영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 또 문제 발생 시 책임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가 직원처럼 일하는 시대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결국 최종 책임은 기업이 져야 하는 만큼 권한과 책임 범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를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며 "AI 에이전트 활용이 확대될수록 운영 원칙과 관리 체계 구축이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