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핵심 근거에 대해 법원이 뼈 있는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5년간 '법인'으로 유지해 온 동일인 지정을 갑자기 '개인(김 의장)'으로 뒤집을 만한 공정위의 명확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외국계 혁신 기업에 대한 무리한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공정위의 잣대가 법원의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17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권순형 부장판사)는 전날 열린 쿠팡의 공정위 처분 집행정지 심문 과정에서 공정위 측에 동일인 변경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 근거 제출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김유석(김 의장의 친동생) 씨에 대해 다르게 판단하게 된 구체적인 근거를 내달라"며 공정위의 논리에 의구심을 표했다. 현재 법원은 직권으로 공정위 처분 효력을 다음 달 15일까지 임시 정지한 상태다.
전날 쿠팡 측 대리인단은 공정위 처분 집행정지 심문에서 공정위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오다가 지난 4월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으로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5년간 공정위가 판단을 뒤집을만한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쿠팡 측 입장이다.
공정위는 올해 초 쿠팡에 대한 현장점검을 통해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씨가 경영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김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이 적법한 처분임을 강조했다. 공정위는 김유석씨가 쿠팡 내 최상위 등급인 부사장(Vice President)급이라는 점, 연간 보수 및 대우가 동일 직급 등기임원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점, 주요 사업 업무집행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 등을 김유석씨의 '경영 참여' 근거로 들었다.
다만 법원은 심문 과정에서 공정위가 동일인을 변경한 사유에 대해 추가적인 근거를 요구했다. 재판부는 "현장 점검 이후 판단이 달라졌다는 부분이 와닿지 않는다"며 "김유석씨에 대해 다르게 판단하게 된 구체적인 근거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쿠팡은 정부가 대기업 집단 동일인을 판단하는 4가지 예외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며 공정위 처분에 반박한 바 있다. 쿠팡에 따르면 김유석씨는 쿠팡 국내 계열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쿠팡Inc에서 파견된 형태로 공정거래법상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다. 쿠팡은 김유석씨의 담당 업무도 글로벌 물류효율 개선으로 쿠팡 국내 경영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쿠팡 측은 쿠팡Inc가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 법인이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지배구조로 국내 기업집단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은 국내 기업집단 기준을 외국계 기업에도 적용해 불필요한 의무를 부과하는 조치로, 미국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에 대한 이중규제라는 주장이다.
공정위의 쿠팡 동일인 지정 변경이 유지될 경우 김 의장은 본인과 배우자, 4촌 이내 혈족 등 친인척 명단과 이들이 보유한 회사 현황을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회사 전체 출자 현황 및 경영 활동에 대한 공시 의무도 발생한다. 쿠팡 측은 이같은 의무에 따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범위를 넘어서는 정보를 추가 공개하게 될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김유석 부사장이 쿠팡 국내 계열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공정거래법상 임원도 아니라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해당 기준이 바뀐적도 없다. 관련 사실은 쿠팡Inc를 통해 매년 투명하게 공시되고 있다"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 총수일가가 국내 계열사의 주요 주주이거나 등기 임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