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빈소를 차리지 않고 간소화하는 '무빈소 장례'가 확산하면서 상조 업계가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기로에 섰다. 고비용 장례 패키지의 실효성이 떨어지자 여행이나 웨딩 등 '토털 라이프 케어' 비즈니스 모델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웅진프리드라이프 장례 서비스./사진=웅진프리드라이프 제공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장례식장 현장에서는 빈소를 아예 차리지 않는 무빈소 가족장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무빈소 장례는 현행법상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매장이나 화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통상 2일장으로 치러진다.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인 비용 절감이다. 조문객을 맞이하기 위한 넓은 공간 대여와 대규모 식음료 접객을 생략하면서, 무빈소 장례 비용은 평균 200만~250만 원 선으로 대폭 낮아졌다. 과거 화려한 수의와 다수의 도우미가 투입되던 고비용 장례 관행과 비교해 실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이에 발맞춰 일부 상조 기업에선 무빈소 상품을 내놨다. 다만 아직까지 간소화한 무빈소 장례에 상조를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게 장례식장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액 패키지 위주로 설계된 상조에 가입하는 가입자 대부분이 일반 상조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무빈소로 장례, 가족장을 치르는 경우가 흔하게 있다"면서도 "다만 수년에서 십수 년 전부터 매월 납입금을 내며 미래의 장례를 대비하는 상조의 특성상 최초 가입 시점부터 무빈소 장례를 염두에 두고 계약하는 소비자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례 간소화 트렌드가 뚜렷해지자 상조 업계는 장례 서비스를 넘어 '토털 라이프 케어'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단순 장례 대행을 넘어 가입자가 납입한 선수금을 결혼식(웨딩), 크루즈 여행, 어학연수, 프리미엄 가전제품 등 다양한 서비스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추세다.
장례가 아니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납입금을 다른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소진할 수 있게 해 계약의 효용성을 높이겠다는 셈법이다.
실제로 주요 대형 상조사들은 웨딩 및 크루즈 여행 전환 서비스를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본인이나 가족의 장례 대신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크루즈나 테마 여행으로 상품을 전환해 사용하는 가입자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또 1인 가구 증가 및 인구 구조 변화에 발맞춰 펫(반려동물) 케어 및 장례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신사업 영역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례 간소화로 인해 전통적인 장례 전용 상품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종 산업 결합과 전환 서비스 확대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상조 본연의 서비스가 수요적 한계에 부딪힌 만큼, 1100만 가입자를 유지하기 위한 혜택 다변화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강도 높은 규제도 상조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조 업체 자본금 요건을 15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면서, 강화된 재무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영세·부실 업체들의 시장 퇴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