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종상영화제가 3년간의 긴 표류를 끝내고 마침내 정상화 가도에 올라섰다. 주관 단체의 파산과 상표권 매각 유찰, 영화인 단체 간의 법적 공방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대종상이 새 주인을 맞이하면서 극적인 부활을 예고한 것이다.
1일 영화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한국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이하 기획협회)는 최근 법원이 진행한 대종상영화제 상표권(업무 표장) 3차 매각 공고에 단독 입찰해 최종 낙찰을 받았다. 기획협회 측은 “매각 대금 납입을 전액 완료하고 대종상영화제 업무 표장을 정식으로 취득했다”라며 “이로써 대종상 개최권을 적법하게 확보했으며, 향후 대종상영화제는 기획협회가 중심이 되어 주관하고 개최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962년 제1회 시상식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사의 산증인 역할을 해온 대종상영화제는 주최 측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이하 영총)가 채무를 견디지 못하고 2023년 12월 법원으로부터 최종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비극을 맞이했다. 대종상 역시 2023년 11월에 열린 제59회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영화 시상식인 대종상 영화제가 2023년 11월 제59회를 개최한 이후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제60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024년 6월 당시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대종상 영화제를 열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던 모습. 그러나 그해 결국 대종상 영화제는 열리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파산 선고 이후인 2024년 상반기 당시의 잔혹사다. 영총 파산관재인이 대종상 상표권 매각을 추진하자, 영총 집행부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2024년 6월 기자회견을 열고 “파산과 상관없이 하반기에 제60회 대종상영화제를 강행하겠다”라고 발표해 영화계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
그러나 법적 권한이 없는 영총의 무리한 개최 시도는 투자 유치 실패와 영화인들의 냉담한 보이콧 여론에 부딪혔고, 그해 상표권 매각마저 대금 납입 문제 등으로 수차례 유찰되면서 결국 제60회 대종상은 끝내 열리지 못한 채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번 기획협회의 낙찰로 오랜 정통성 싸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전날 기획협회의 수장으로 선출된 서정민 신임 협회장(아우라씨엔씨 대표)은 대종상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하고 나섰다.
서 협회장은 향후 구체적인 개최 시기에 대해 “오스카나 칸 등 주요 글로벌 영화 행사가 매년 초에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글로벌 스탠다드 시상식으로 도약하기 위해 대종상의 개최 시기를 2월경으로 맞춰 나가는 방향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 상영일을 기념하는 10월 27일 ‘영화의 날’ 행사 역시 문화를 아우르는 성대한 축제로 동시 기획하겠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물론 과제는 남아있다. 영총의 후신을 자처하는 한국영화인협회 등 일부 세력이 여전히 상표권 매각에 반발하며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정민 협회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다른 영화 협회 이사장님들을 직접 모시고 불미스러웠던 과거의 과오를 청산할 것”이라며 “대종상이라는 대한민국 영화계의 거대한 유산을 살리기 위해 모든 영화인이 뜻을 함께할 수 있도록 통합과 소통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