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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수출 늘수록 ‘보이지 않는 장벽’이…“대응·맞춤형 지원 필요”

입력 2026-07-03 10:00:00 | 수정 2026-07-03 09:14:34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우리 농식품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별 위생·검역과 기술규제, 인증, 환경규제 등 비관세장벽(NTBs)에 대한 대응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이 나왔다.

유럽 K-푸드 홍보부스 현장./자료사진=aT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최근 발표한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비관세장벽 대응 방안 연구’에서 기존의 농식품 수출정책이 해외 판촉과 마케팅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수출기업의 실제 애로를 해결하는 통상 대응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국가·품목별 비관세장벽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 구축 △기업 규모와 품목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컨설팅 확대 △ESG 규제 대응 지원 강화 △정부와 수출지원기관이 참여하는 상시 대응체계 구축 등을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관세보다 더 큰 수출 부담”…시장 다변화될수록 높아지는 비관세장벽

WTO 다자통상체제 출범 이후 우리나라 농업 통상정책은 수입관리 중심의 방어적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K-푸드와 K-컬처 확산으로 농식품 수출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부도 신시장 개척과 해외 홍보, 한식 진흥 등 수출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해외 수요를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실제 수출 현장에서 기업들이 겪는 통관과 검역, 인증, 기술규제 등 비관세장벽 대응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연구는 진단했다.

특히 농식품은 식품안전과 국민 건강 보호를 이유로 위생·검역(SPS)과 기술규제(TBT)를 비롯한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최근 수출시장이 미국·일본·중국에서 동남아시아와 유럽, 중남미 등으로 확대되면서 국가마다 서로 다른 규정과 인증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연구 결과 가공식품 분야에서는 식품안전 라벨링과 표시·포장 기준, 제품 시험과 인증 절차 등의 관세상당치(AVEs)가 10%를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공정 요건이나 수입허가, 저온·열처리·훈증 등 검역조치는 교역량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신규 위생·검역 규정이나 품질관리 기준은 소비자 신뢰를 높여 무역 확대 효과를 가져오는 사례도 확인됐다. 때문에 연구진은 비관세조치를 일률적으로 철폐하기보다 국제적으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출기업 대상 조사에서는 신선농산물 업체는 SPS, 가공식품 업체는 TBT를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꼽았으며, 특히 중소기업은 전문인력 부족과 높은 인증 비용, 해외 규제 정보 부족으로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ESG 규제가 새로운 통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연구는 주목했다. 유럽연합(EU) 등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 실사지침(CSDDD) 등을 도입하면서 탄소배출과 환경, 공급망 관리가 농식품 수출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어 향후 중소 농식품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는 대응체계가 경쟁력”…통합 플랫폼부터 전문인력 양성 필요해

연구진은 무엇보다 비관세장벽 정보를 일원화하는 국가 차원의 플랫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제안했다.

현재 비관세장벽 관련 정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세청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기업들이 필요한 정보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구조다. 특히 국가별 규제는 수시로 개정되는 만큼 중소기업이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국가·품목별 비관세조치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위생검역과 기술규제, 환경규제 변경 시 즉시 알려주는 사전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것이다. 나아가 정보 제공을 넘어 ‘사전경보→규정 확인→시험·인증→대응 사례 공유’까지 이어지는 통합 지원체계를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현장 대응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농식품부와 aT, KOTRA가 공동으로 ‘해외 농식품 비관세장벽 신고센터’를 운영해 기업 애로를 상시 수집하고, 이를 국가 간 통상 협의와 정책 개선에 활용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ESG 대응도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분야로 꼽았다. 주요 수출국과 정례 협의채널을 구축해 환경규제와 공급망 규제 변화를 조기에 공유하고, 중소기업이 ESG 기준을 준비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교육, 인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별 맞춤형 지원도 강조됐다. 연구 결과 기업 규모와 품목에 따라 직면하는 비관세장벽의 유형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신선농산물과 가공식품은 필요한 지원이 다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정보 접근성과 대응 역량에 차이가 있는 만큼 획일적인 지원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외부 전문가 매칭, 품목별 전문 컨설팅, 인증 획득 지원 등 맞춤형 지원체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와 함께 비관세장벽 전문가 양성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위생·검역과 통관, 기술규제, 환경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전문 인력을 민관이 공동으로 양성하고,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무교육을 확대해야 급변하는 국제 통상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농식품 수출기업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기업 특성과 수출시장, 애로사항, 정책 수요를 선제적·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행정·무역통계와 연계해 정책 효과를 분석하는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현 KREI 연구위원은 “해외 비관세장벽 관련 정보가 매우 복잡하며, 빠르게 변경·수정되고 있어 중소 규모의 K-푸드 수출업체가 관련 규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비관세장벽 분석, 위생·검역·통관·표시 등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을 보유한 인재를 양성하고, 민관이 협력해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연구는 K-푸드 수출 경쟁력은 더 이상 제품의 품질이나 해외 마케팅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국제 통상환경이 관세에서 규제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보다 한발 앞서 규제 변화를 포착하고 대응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향후 K-푸드 수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해법이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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