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한화오션이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수주에 실패한 데 이어 내부적으로는 노사 갈등 위기에 직면하면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청노조는 물론 정규직 노조까지 사측을 압박하면서 노조 리스크가 안팎의 악재와 맞물려 내우외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하청·정규직 노조의 투쟁이 맞물릴 경우 생산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외 신뢰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에서 수주에 실패한 데 이어 내부적으로는 노사 갈등 위기에 직면하면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사진=한화오션 제공
8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6일(현지시간) 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이 아닌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을 최종 선정했다. 캐나다의 노후화된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3000톤급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이번 사업은 유지·보수·운영(MRO) 비용을 합쳐 최대 60조 원 규모에 달한다.
이에 한화오션이 수주에 성공했을 경우 특수선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북미 방산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최종 탈락하면서 북미 방산시장 진출 기회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한화오션의 수주 불발에 대해 우리나라 잠수함 기술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업 수주의 경쟁 구도를 형성했을 뿐 실익은 없어 사실상 들러리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폴란드 오르카 사업에서도 한화오션은 스웨덴 사브에 밀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잠수함 수주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수주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막대한 비용만 소모한 셈”이라며 “남아있는 글로벌 잠수함 프로젝트에서는 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에 우는 한화오션…공동 투쟁 움직임에 ‘경고등’
CPSP 수주에 실패하면서 한화오션은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어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먼저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일 한화오션을 상대로 하청노조가 제기한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이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쟁의권을 확보하는 첫 사례가 됐다.
파업 찬반투표에서도 두 노조 모두 70%대의 찬성률로 가결되면서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청 노조는 8일 오전 ‘교섭 불응 원청기업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화오션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으며, 불응 시 투쟁 강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강인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7월 웰리브지회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파업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23일 우리는 하청 노동자 전체 총궐기 대회를 할 것이고, 8월에는 한화오션 현장에서 투쟁함으로써 노동자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의 공세도 사측을 사면초가로 몰아넣고 있다. 정규직 노조는 사업장 내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망사고를 전면에 내세워 사측을 전방위로 압박 중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 2023년 5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총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크레인 충돌 사고, 작업 발판 낙하 사고, 화상 사고, 감전 사고 등 사고 유형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노동부의 특별 근로 감독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금속노조와 한화오션지회는 공동 대응 기조를 유지하며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문제는 ‘정규직·하청 노조의 공동 투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화오션지회와 하청 노조 모두 사측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공동 파업으로 투쟁 수위가 높아질 경우 생산 불확실성도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납기 관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대외 신뢰도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CPSP 수주 실패 이후 글로벌 방산 시장 공략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한화오션으로서는 내부 노사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의 경우 발주처에서 기술력뿐만 아니라 생산 안정성과 노사 관계도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 기업 이미지와 대외 신뢰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1600조 원 미국 함정 시장 기대감은 '솔솔'
눈앞에서 놓친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이후 한화오션은 미국 함정시장을 정조준한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기반으로 한 만큼 수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업계 내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 국방부(전쟁부)와 해군이 최근 각각 전투함과 급유함에 대한 정보 요청(RFI·Requests for Information)을 국내 조선사들에 보낸 것으로 알려져 마스가 프로젝트가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 팽배하다.
미국 함정시장은 한국의 조선 건조 능력이 돋보이는 시장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인 요인도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해군력에 대응하기 위해선 조선 강국인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국내 조선 3사와 경쟁을 할 수 있지만 한화오션 역시 상당한 수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 보고서에는 앞으로 30년 간 총 1600조 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역시 방산 외교에 힘쓰고 있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