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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수출 호조에도 ‘역부족’…“철강 공급 과잉 풀어야”

입력 2026-07-17 09:37:59 | 수정 2026-07-17 09:42:29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속에서도 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이 늘어나면서 선방했다. 미국 현지에서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어나면서 철근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한 영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수출만으로는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이 늘어나면서 선방했으나 국내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동국제강 인천공장에서 철근이 생산되는 모습./사진=동국제강 제공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으로 수출된 철강재는 219만6000톤으로 전년 동기 138만8000톤 대비 80만8000톤(58.2%) 증가했다. 특히 철근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상반기 철근 대미 수출량은 48만4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000톤보다 30배 넘게 늘어났다. 

이외에도 H형강(15만 톤), 열연강판(26만 톤), 냉연강판(6만1000톤), 아연도금강판(7만7000톤), 컬러강판(12만7000톤) 등 주요 철강 제품 역시 상반기 미국으로의 수출이 확대되면서 수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대미 수출 성과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전체 수출도 1434만3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22만7000톤에 비해 11만6000톤(0.8%) 증가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관세도 한국에 유리

이처럼 미국 수출이 증가한 이유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꼽힌다. 미국 내 빅테크 기업들은 AI 시대 전환 움직임에 맞춰 AI 데이터센터 신축에 나섰고, 이는 건설용 철강재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초고속 연산 장치와 전력 설비 등 무거운 장비들이 밀집되는 특성상 견고한 설계가 필요하다. 이에 하중을 지탱할 고강도 철근과 대형 H형강 등 기초 건설용 강재 수요가 증가했는데, 국내 철강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수출에 나서면서 수혜자로 떠올랐다. 

대미 수출이 늘어난 또 다른 이유로는 무역 장벽의 상대적 우위가 거론된다. 미국은 수입산 철강재에 대해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품목별, 국가별로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가 적용되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를 적용받으면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수출하는 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연례 재심에서 반덤핑마진을 0.00%로 최종 확정하기도 했다. 

경쟁국들이 고율의 관세 폭탄을 맞고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거나 주춤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관세 패널티를 적용받는 한국산 철강재가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며 AI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저가로 수출했던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국가는 미국 수출 시 기본 관세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 등이 합쳐지면 90~100% 수준의 ‘세금 폭탄’을 맞게 돼 사실상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졌다”며 “반면 한국 철강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으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미국 내 대규모 인프라 수요를 선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수출 늘어도 공급 과잉은 해결해야

미국 시장은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고 제품 단가 자체가 높게 형성돼 있어 국내 철강업계가 지속적으로 공략해야 하는 시장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건설은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라 관련 철강재 수요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수요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건설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철근 시장의 경우 미국 수출 물량이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제한적이어서 내수 부진 영향을 벗어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철근 연간 생산능력은 1230만 톤 수준인데, 국내 철근 수요는 내수와 수출을 합쳐도 600만 톤대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수출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동률은 50% 수준으로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이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극심한 내수 침체를 메우기에는 그 영향력이 다소 제한적”이라며 “수출 효과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대기업에 한정돼 있어 중소 철강사들이 체감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철근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자발적인 사업 재편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나 유인책 없이는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 제강사들의 전기로 폐쇄 시 사실상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재편 의지와 지원 등이 필수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역경제와 고용 유지 등 현실적인 장벽도 있어 자발적인 구조조정은 쉽지 않다”며 “정부가 가운데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연착륙을 유도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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