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부터 시작된 코스피 랠리로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모회사),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국내 5개 대형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심지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만 2조원을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전대미문의 기록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럼에도 최근 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관련해선 당국과의 긴장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터라 업계 전반의 분위기는 상당히 신중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스피 랠리로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국내 5개 대형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거래대금 폭증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형사들의 실적이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 호조를 이끈 일등 공신은 단연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브로커리지)이다.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각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탈피하고자 많은 노력을 경주했지만, 거래대금이 놀라운 속도로 불어나면서 결국 다시 한 번 실적의 관건이 브로커리지 수익으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 활성화와 더불어 해외 주식 투자(서학개미) 열풍까지 지속되면서 각 증권사들의 리테일 부문 수수료는 급증했다.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등 리테일 강자들은 비대면 거래 플랫폼 고도화와 환전 수수료 감면 이벤트 등을 앞세워 서학개미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는 곧 대규모 이자 및 수수료 수익으로 직결됐다.
여기에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관리(WM) 부문도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연착륙 유도와 대형 기업공개(IPO) 딜 재개, 기업 대출 및 채권 발행 주관 수수료가 안정적으로 유입되면서 전통적인 브로커리지 중심의 수익 구조를 넘어선 다각화된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 특히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해외 법인의 안정적인 실적 창출과 자체 투자 자산의 평가이익 개선이 더해지며 분기 및 연간 단위 호실적 전망에 힘을 실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여의도 증권가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하고 신중하다. 우선 최근의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특히 이달 들어 지수는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변동성을 나타내며 투자 난이도를 급상승시켰다. 지난달 6월19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9385.59까지 올라갈 때만 해도 곧 '만스피'가 달성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지만, 딱 한 달이 지나있는 지금 시점에 코스피 지수는 6600 수준으로 주저앉아있다.
이밖에 국내외 거시경제 변수로 인해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 또한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고점에 진입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폭이 커지면서 증권사의 '초호황'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또한 곱지 않아질 개연성이 높아졌다.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더라도 투자자 손실이 확대되는 시기와 맞물릴 경우 '증권사만 배를 불린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리테일 수익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자들의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실적 홍보나 마케팅을 펼치기는 매우 부담스러운 형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국과의 정책 변수 역시 증권사들이 몸을 사리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 조치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특히 변동성이 극심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등 고위험 파생상품에 대해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과거 부동산 PF 부실 여파에 대한 충당금 적립 요구와 내부통제 강화 지침 또한 지속적으로 내려오고 있어 증권사 입장에서는 업계 바깥의 모든 이슈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태다.
시장 상황이 급랭한 만큼 대형 증권사들은 당분간 신중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글로벌 통화정책 변화와 지수 변동성 확대, 레버리지 상품 규제 강화 등 다양한 악재가 상존해 있기 때문에 올해 연말까지 사상 최대 실적 기조가 지속될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국내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수치상의 실적은 화려하지만 이는 시장 거래대금에 의존한 측면이 크다"고 짚으면서 "어쩌면 회사별 리스크 관리 역량은 지금부터가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