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조현준 효성 회장의 선제적인 투자 결단이 AI 시대를 맞아 빛을 발하고 있다. AI 산업 팽창에 따른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포착해 전력기기 사업의 대호황을 이끌어낸 조 회장은 최근 AI 데이터센터로 영역을 확장하며 그룹의 미래 성장판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미국은 물론 호주 등에서 전력기기 수주를 늘리며 AI 시대에 빛을 발하고 있다. 사진은 효성중공업의 초고압 변압기./사진=효성중공업 제공
20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이달 호주에서 전력기기 공급 계약에 성공했다. 향후 5년간 호주 빅토리아주 송전망에 초고압 전력기기를 독점 공급하게 되는 이번 계약은 약 31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외에도 미국에서도 수주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북미시장에서의 누적 수주액은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력기기 수주잔고도 21조 원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선제적 투자’ 빛난 북미 생산거점…추가 수주도 기대
이 같은 수주 성과는 조 회장의 선제적인 투자 판단이 적중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AI 시대 도래로 전력기기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생산능력 확충과 글로벌 거점 확보에 나선 전략이 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실제로 북미 현지 투자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전력 인프라 시대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초고압 변압기 생산기지인 미국 멤피스 공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은 폭증하는 주문에 맞춰 설비 증설 작업이 한창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는 2028년까지 현지 생산능력은 50%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효성중공업은 북미 시장 내 초고압 차단기 현지 생산 체제도 구축한다. 북미 대형 에너지 인프라 기업인 퀀타 자회사와 합작법인(JV) 설립 계약을 체결했으며, 오는 10월부터 펜실베이니아주 공장에서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조 회장이 이끄는 북미 현지 생산체계 구축은 급증하는 현지 전력기기 수요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현지 공급망 경쟁력과 적기 납기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향후 북미 전력 시장에서 효성중공업의 수주는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찌감치 미국에 생산거점을 확보한 결단은 AI 특수로 급증하는 현지 전력기기 수요를 흡수하는 신의 한 수가 됐다”며 “현재 진행 중인 증설도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이 전력기기를 넘어 AI 데이터센터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사진은 조현준 회장이 ‘STT Seoul 1’ 개관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효성 제공
◆데이터센터까지 영역 확장…‘AI 인프라’ 밸류체인 완성
조 회장의 AI 대응 전략은 전력기기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미래 핵심 성장사업으로 보고 전력 인프라부터 데이터센터 구축·운영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추진하면서, 효성을 종합 AI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효성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STT Seoul 1’을 열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이 데이터센터는 30MW(메가와트) 규모로, 강남·여의도 등 주요 비즈니스 거점과 가까워 데이터 전송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조 회장은 일찌감치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인 STT GDC와 협력해왔다. 이는 ‘STT Seoul 1’ 개관으로 이어졌으며, 조 회장은 이를 발판 삼아 AI 데이터센터 공급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통해 그룹 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효성중공업이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기기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담당하고, 효성ITX는 데이터센터 운영 전반을 맡으면서 AI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효성ITX는 기존에도 클라우드, 디지털 전환 등 IT 관련 사업을 해온 만큼 효율적인 AI 인프라 운영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통해 효성그룹은 단순히 전력기기를 공급하는 제조기업을 넘어 전력 인프라 구축부터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 AI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 회장도 관련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STT Seoul 1’ 개관 행사에서 “AI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를 내다보며 2000만 인구의 수도권인 이곳 가산에 AI의 심장 역할을 할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다”며 “데이터센터 사업을 효성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조 회장이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전력과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사업 축으로 연결하며 그룹의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대적 흐름을 정확히 판단한 조 회장의 안목과 결단력이 효성그룹을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의 독보적인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전력기기 제조를 넘어 데이터센터 구축·운영까지 잇는 조 회장의 통합 밸류체인 구상은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전략”이라며 “글로벌 AI 인프라 대전환기 속에서 효성이 확실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