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전력기기 3사(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가 국내외에서 불어오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특수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쌓아놓은 안정적인 일감을 기반으로 한 호실적이 나타나는 가운데 국내외 첨단 인프라 투자와 맞물려 향후 수주 전망은 한층 더 밝아지는 모양새다.
전력기기 3사가 국내외 AI 데이터센터 특수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호주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초고압변압기./사진=효성중공업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전력기기 업계 내에서 수주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달 초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배전기기 및 전력기기 공급을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조1212억 원에 달한다.
효성중공업도 이달 호주 송전망 운영사 오스넷과 초고압변압기, 리액터 등 전력기기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예상되는 수주 규모는 3100억 원으로, 향후 5년간 호주 빅토리아주 송전망에 초고압 전력기기를 독점 공급한다.
올해 내내 수주 성과가 이어지면서 일감도 순조롭게 확보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상반기 누적 신규 수주는 약 3조2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5조154억 원이었던 수주잔고는 올해 상반기 7조 원대로 올라섰다.
효성중공업도 연이은 수주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15조3402억 원 규모였던 전력기기 수주잔고는 올해 상반기 21조 원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HD현대일렉트릭도 올해 1분기에만 연간 수주 목표의 42.6%를 채웠다. 이 같은 성과에 연간 수주목표를 기존 42억2200만 달러에서 51억8500만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기존 목표보다 22.8% 늘어난 규모로, 하반기에도 수주를 이어갈 것이라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국내외 AI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전’…전력기기 수요도 ↑
업계에서는 향후 수주 전망 역시 밝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력망 확충이 일회성 호재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구조 변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먼저 국내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AI 3대 메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들도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은 울산을 시작으로 영남과 호남 등 전국적으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울산에 1GW(기가와트)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이후 영남에 추가로 1GW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영남권에만 2GW 규모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GS, 네이버 등과 협력해 2029년까지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도 투자를 확대해 총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은 초고압 변압기, 차단기, 배전반 등의 수요 증가로 직결돼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 곳간을 더욱 든든하게 채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움직임도 전력기기 업계의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오픈AI는 미국 조지아주 에핑엄 카운티에 3.2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카멜리아’를 추진 중이다. 스페이스XAI도 텍사스주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북미 시장 내에서 기술력과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단단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에 향후 벌어질 빅테크발 신규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에서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수주 경쟁력을 높여주는 핵심 요인”이라며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흐름에 따라 북미 시장 내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분기 실적도 ‘고공 행진’…대규모 일감, 실적 반영
이처럼 수주 전망이 밝은 가운데 전력기기 업체들의 2분기 실적도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LS일렉트릭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5770억 원, 영업이익 178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2%, 64.4%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모두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효성중공업은 2분기 매출 1조9000억 원, 영업이익 2900억 원 수준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2분기 매출 1조5253억 원, 영업이익 1643억 원을 올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내는 셈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 2분기 매출 1조1000억 원, 영업이익 2900억 원 수준이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은 9062억 원, 영업이익은 2091억 원을 올린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놓은 일감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커지고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