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이던 롯데쇼핑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 신 회장의 개인 지분 매도로 주가는 약세를 보였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한국·일본 양국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드러낸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회장은 다음 달 21일부터 9월 18일까지 29일간 장내 매도를 통해 롯데쇼핑 보통주 32만4100주를 매각한다. 전날 종가(13만4400원) 기준 약 436억 원 규모다. 다만 신 회장의 지분 매도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14시께 주가는 12만4000원 선으로 약 7% 하락한 상태다.
지분 매각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신 회장의 롯데쇼핑 지분율은 10.23%에서 9.08%로 1.15%포인트 낮아진다. 현재 롯데쇼핑 지분은 롯데지주가 40%, 신 회장이 10.23%, 호텔롯데가 8.86%를 보유하고 있다. 매각 전에는 롯데지주와 신 회장 지분만으로도 과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매각 후에는 호텔롯데 지분까지 더해져야 한다.
호텔롯데의 지분 99%는 롯데홀딩스(19.07%)를 비롯한 일본 롯데가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신동빈 회장(13.04%)에 이어 롯데지주 지분 11.10%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기도 하다.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지분 28.1%)인 광윤사를 신 회장의 친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50.28% 지분으로 지배하고 있는 만큼, 일본 롯데의 지배력이 흔들리면 국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잡한 구조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의 롯데홀딩스 경영 복귀는 번번히 무산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인의 이사 선임 및 신 회장의 해임 안건 등을 제안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홀딩스 부회장 자리에서 해임된 후 2016년부터 매년 경영 복귀를 시도해 왔으나, 현재까지 총 12번에 걸친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롯데쇼핑 주가는 올해 6만8600원에서 출발해 한때 20만원을 웃돌았지만, 전일 종가 기준 13만원대까지 내려온 상태다. 고점 대비 30% 넘게 하락했지만, 최근 3년간 5만 원~9만 원 사이를 오갔던 주가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최근 증시가 하락세에 접어들고, 신 회장이 일본 롯데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재확인한 만큼 일부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매각 사유에 대해 무성한 추측이 오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20년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이후 신 회장 일가에 부과된 상속세는 총 4500억 원 규모로, 신 회장은 세금을 최대 5년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12월까지 상속세 납부가 완료됐어야 하지만, 아직 일부 미납분이 남아 있을 것이란 추정이다.
다만 신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 목적을 '현금 유동성 확보'로만 공시했다. 구체적인 자금 활용 계획 등도 알려지지 않았다. 롯데그룹도 신 회장 개인 사재에 관련된 내용인 만큼, 공시된 내용 외에는 추정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 회장의 이번 지분 처분 계획은 대주주 거래 사전공시 제도에 따라 공개됐다. 해당 제도는 대주주의 갑작스러운 대량 매매로 인한 일반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24년 도입된 제도다. 상장사 임원이나 주요 주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의 주식을 거래할 경우 거래 시작 30일 전까지 거래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