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문과’ 이재용·정의선, ‘이과’ 최태원·구광모… 전공이 가른 4대 그룹 '기술 경영'

입력 2026-07-24 11:22:38 | 수정 2026-07-24 11:22:26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4대 그룹 총수들의 전공 배경과 이에 따른 경영 스타일 차이가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공에 따른 리더십의 색깔 차이는 각 그룹의 기술 대응 방식과 조직 문화, 나아가 투자 의사결정 속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문·상경계 출신의 ‘문과형 전략가’라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자연과학·IT 공학을 전공한 ‘이과형 현장파’로 분류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진행된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과형 총수, 거시적 ‘판 짜기’와 글로벌 네트워크

먼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MBA를 수료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인문학적 식견과 글로벌 인맥을 바탕으로 한 거시적 경영에 강점을 보인다. 

조부인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권유로 동양사학을 전공한 이 회장은 단기적인 기술 세부사항에 매몰되기보다 산업 전체의 흐름과 인간·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거대한 판을 짜는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샌프란시스코 대학교에서 MBA를 마쳤다. 시장의 흐름을 읽는 날카로운 감각과 과감한 조직 체질 개선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 회장은 정통 상경계 출신의 전략가형 리더로 꼽힌다. 

실제로 정 회장은 내연기관 완성차 제조사에 머물던 현대차그룹을 피지컬 AI, 로보틱스(보스턴 다이내믹스),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수소 생태계 등을 아우르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빠르게 체질 개선시켰다.

두 문과 출신 총수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꼽힌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최근 미국 미디어 스타트업 세마포가 주관하는 글로벌 AI 리더십 행사 ‘실리콘밸리 & 더 월드’의 글로벌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동시 위촉되며 글로벌 AI 협력체에 합류했다.

오는 11월 처음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리사 수 AMD CEO 등 글로벌 AI 거물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앤디 재시 아마존 CEO,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 등과 함께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반도체·자동차·클라우드를 아우르는 거대한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나섰다.

이에 앞서 두 회장은 24~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도 참석해 글로벌 AI 기업인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국가와 기업 간 장벽을 허무는 빅 픽처를 통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영토를 확장하는 대형 ‘판 짜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사진 왼쪽부터)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6월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에서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과형 총수, 세부 원리 파악과 엔지니어식 R&D 스피드전

반면 자연과학 및 공학을 전공한 총수들은 기술 자체에 대한 높은 직관력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연과학 전공자답게 기술의 세부 메커니즘과 물리적 한계, 전력 효율성 등을 임원들에게 직접 질문하며 방향을 잡는 ‘딥 다이브(Deep Dive)’형 경영으로 유명하다. 

회의 현장에서 기술적 이치나 수치가 맞지 않으면 즉각 바로잡을 정도로 기술 이해도가 깊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의 이러한 이과적 직관력은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승부수와 AI 전력 인프라 전환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최 회장 역시 이번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참석해 젠슨 황 CEO 등과 AI 인프라 확대 및 차세대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실질적 기술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할 예정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IT 공학 전공자다. 미국 로체스터공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구 회장은 실용성과 데이터, R&D 현장을 중시하는 정통 엔지니어식 내실 경영이 특징이다.

구 회장은 거창한 담론이나 전시성 행사보다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기술 수율과 연구 성과를 철저히 데이터 중심으로 검증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LG그룹 전반에 이식되고 있는 AI 전환(AX)을 비롯해 ‘ABC(AI·바이오·클린테크)’ 신사업의 경우, 구 회장이 직접 실리콘밸리 등 글로벌 R&D 거점을 찾아 현장 연구원들과 기술 방향성을 논의할 정도로 정교하게 챙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과 출신 총수들의 ‘기술 직관력’과 문과 출신 총수들의 ‘거시적 판 짜기’는 서로 다른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결국 전공을 떠나 총수들이 발로 뛰며 결단 속도를 높이는 ‘개인기’가 한국 산업의 자생력을 지탱하는 진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