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엔비디아·웨이모·구글 딥마인드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앞세워 '피지컬 AI(Physical AI)' 전략에 속도를 낸다. AI 인프라와 제조 디지털 트윈부터 자율주행, 휴머노이드까지 협력 영역을 넓히고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제조·로보틱스·데이터 역량과 결합해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참석해 그룹의 피지컬 AI 비전과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전략을 공개했다. 행사에는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과 미국 빅테크 기업인, 스타트업 관계자 및 학생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제조 경쟁력과 로보틱스 기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에 빅테크의 AI 인프라와 알고리즘을 접목해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자동차와 로봇 등 개별 제품의 지능화를 넘어 생산 현장과 궁극적으로는 도시 인프라까지 AI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피지컬 AI의 경쟁력이 AI 모델 자체뿐 아니라 이를 실제 제조·모빌리티·로봇 환경에 적용하고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능력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제조 기반과 로보틱스 사업을 보유한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와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 엔비디아·웨이모·구글과 맞손…피지컬 AI 실행력 높인다
현대차그룹과 가장 폭넓게 협력하고 있는 곳은 엔비디아다. 양사는 AI 인프라와 제조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 5만 장을 기반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난해 체결한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 업무협약(MOU)'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 '로봇 어플리케이션 센터'와 엔비디아 'AI 기술 센터' 등 국내 피지컬 AI 인프라 구축과 AI 인재 양성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 분야에서는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해 생산 현장을 디지털 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을 고도화한다. 가상 환경에서 공정 설계와 운영 방식을 검증해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자율주행에서는 엔비디아의 차량용 AI 컴퓨팅 기술과 현대차그룹의 차량 플랫폼을 결합하는 한편, 엔비디아 DRIVE Hyperion 플랫폼을 기반으로 데이터 중심의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웨이모와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2024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을 비롯한 협력을 추진해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자율주행 특화 사양을 갖춘 아이오닉 5를 생산해 웨이모에 공급할 예정이다. 해당 차량에는 탑승자 안전을 위해 조향과 제동, 전력 등 주요 하드웨어 이중화와 강화된 기능 안전 및 사이버 보안 기술 등이 적용된다.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 계열 보스턴다이나믹스와 구글 딥마인드가 손을 잡았다. 양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사람과 협업하는 데 필요한 AI 모델과 학습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2028년까지 미국에서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HMGMA 등 생산 거점에 우선 투입하고 현장 검증을 거쳐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 제조 역량에 AI 입힌다…현장 데이터로 기술 고도화
현대차그룹이 피지컬 AI 전략의 기반으로 내세운 것은 제조와 로보틱스, 데이터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생산 거점을 운영하며 축적한 제조·품질·공급망 관리 역량을 AI 기술의 실제 적용과 검증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과 물류 로봇 '스트레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의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 등을 확보하고 있다.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다시 AI 기술 발전에 활용하는 '데이터 플라이휠' 구축도 추진한다. 제조 현장과 차량, 물류, 로봇 실증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고, 개선된 알고리즘을 다시 현장에 적용해 새로운 데이터를 축적하는 선순환 구조다.
이 같은 기반을 활용해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의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첫 단계는 자율주행차와 지능형 로봇 등 개별 기기의 지능화다. 이후 AI가 물류·생산·품질 등 공정을 연결하는 'AI 팩토리'로 범위를 넓히고, 최종적으로는 에너지와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도시 핵심 인프라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도시 단위 지능화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의 경계를 넘어 지금은 자율주행, 로보틱스, AI 팩토리 등의 피지컬 AI 설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엔비디아와 국내 로봇 생태계 조성…새만금·영남권에 수십조 투자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은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으로도 연결한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함께 국내 대학과 연구소, 스타트업 등이 활용할 수 있는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을 공동 구축할 계획이다.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은 연구용 로봇 모델을 제공해 표준화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환경에서 피지컬 AI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관련 인재 양성과 사업화를 뒷받침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국내 거점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도 진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전북 새만금에 약 9조 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AI 수소 시티 등을 아우르는 '새만금 AI 밸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로봇 제조 클러스터는 현대차그룹의 로봇 생산뿐 아니라 제조 기반이 부족한 중소기업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로봇 파운드리' 역할도 담당할 예정이다. 영남권에는 향후 10년간 총 42조 원을 투자해 AI 기반 제조 허브와 미래 항공·우주, 지속가능 에너지 인프라 등을 집약한 첨단산업 거점을 육성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빅테크의 AI 기술과 자체 제조·로보틱스 역량을 결합하는 한편 국내에 데이터·에너지·로봇 생산 및 실증 기반을 구축해 피지컬 AI의 개발부터 실제 산업 현장 적용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