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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는 '역대급 실적', 중소사는 '줄도산'… "게임업계 생태계 흔들린다"

입력 2026-07-28 15:34:25 | 수정 2026-07-28 15:34:21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중소 게임 개발사들이 올해 들어 잇따라 파산과 폐업에 내몰리면서 게임산업 생태계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형 게임사는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는 반면 중소 개발사는 흥행 실패와 투자 위축, 자금난이 동시에 덮치며 생존 기반마저 흔들리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올해 게임업계의 중견 개발사들이 연이어 파업 수순을 밟으면서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사진=제미나이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클로버게임즈와 EVR스튜디오, 픽셀트라이브 등 이름 있는 중소 개발사들이 잇따라 법인 파산을 신청하거나 폐업 수순을 밟았다. 한때 수백억 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거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개발사들까지 무너지면서 업계에서는 "게임업계 삼중고"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 사재도 AAA 프로젝트도 못 살렸다…잇단 파산에 무너진 기대작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클로버게임즈다. '로드 오브 히어로즈'로 성공 신화를 썼던 클로버게임즈는 올해 2월 출시한 서브컬처 게임 '헤븐헬즈'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급격한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지난 4월 법인 파산을 신청했고 5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으며 설립 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특히 윤성국 대표가 최근 3년 동안 30억 원이 넘는 개인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자본잠식 상태를 극복하지 못한 점은 업계에 적잖은 충격이었다. 클로버게임즈는 한때 기업가치 1000억 원을 인정받으며 투자를 유치했던 유망 개발사였다. 하지만 2024년 매출 130억 원, 영업손실 47억 원, 부채비율 415%를 기록하며 끝내 법인 파산 신청을 하게 됐다.

한국형 AAA 콘솔 게임의 기대주였던 EVR스튜디오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EVR스튜디오는 엑스박스 게임즈 쇼케이스 2025에서 공개된 액션 게임 '무당: 두 개의 심장'을 개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전했다. 배우 허성태와 이홍내가 참여하고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강윤성 감독이 시네마틱 연출을 맡는 등 대규모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수백억 원이 투입된 프로젝트는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했고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친 끝에 올해 6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23억8000만 원이던 매출은 65만9000원 수준으로 급감하며 사실상 사업이 멈췄고 기대작 '무당' 역시 개발이 전면 중단됐다.

모바일 RPG '가디스오더'를 개발한 픽셀트라이브도 흥행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게임 출시 이후 이용자와 매출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업데이트가 중단됐고 결국 법원의 파산 선고를 받았다.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 역시 핵심 개발 인력 이탈로 정상적인 서비스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 올해 1월 게임 서비스를 종료했다.

◆ 투자 한파에 중국 공세까지…생존 흔들리는 게임 생태계

파산 사례는 이들에 그치지 않는다. '가디언 테일즈' 개발사 콩스튜디오는 대규모 권고사직을 실시했고 넥슨 자회사 버튼스는 자금난 끝에 폐업했다. 비아이게임즈는 최근 법원의 파산 종결 결정으로 청산 절차를 마쳤으며 엔틱게임월드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해 회생절차가 폐지됐다. 하운드13 역시 퍼블리싱 계약 문제를 겪으며 경영 불안이 불거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연쇄 붕괴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이후 게임 이용시간 감소와 중국 게임의 국내 시장 공세, 게임 투자 시장 위축을 꼽는다. 최근 벤처투자 자금이 AI(인공지능) 산업으로 집중되면서 게임 개발사들의 신규 투자 유치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은 출시 초기 성과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다. 출시 후 2~3주 동안 매출이 정점을 찍는 경우가 많아 초반 흥행에 실패하면 콘텐츠 업데이트 축소와 이용자 감소, 매출 하락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안정적인 후속 투자까지 막히면 개발사는 단기간에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반면 크래프톤을 비롯한 대형 게임사들은 '배틀그라운드'와 대형 신작을 앞세워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 역량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한 대형사와 그렇지 못한 중소 개발사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산업 생태계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산업은 흥행 실패 자체보다 실패 이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투자와 개발 환경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중소 개발사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IP를 만들 수 있는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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