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한국 영화 부활, 상반기 매출액 전년 대비 42% 증가

입력 2026-07-29 13:39:17 | 수정 2026-07-29 13:00:43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요원할 것만 같았던 한국 영화의 부활이 현실이 되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가 견인한 2026년 상반기, 한국영화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영화계가 무덤 속이라도 들어간 듯했던 팬데믹을 지나면서, 그리고 이 이후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및 숏폼 플랫폼의 급격한 확산으로 “극장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국내 영화 시장이 예상을 깨고 강력한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가 메가 히트작을 잇달아 배출하며 전체 극장가의 침체를 털어내고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극장 매출액은 5790억 원, 관객 수는 570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9%(1711억 원), 34.2%(1455만 명) 대폭 증가했다.

2026 상반기 영화 흥행 순위. 압도적으로 한국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을 알 수 있다./표=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이 같은 성장세의 중심에는 단연 한국 영화가 있었다. 상반기 한국 영화 매출액은 3702억 원, 관객 수는 3737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1.7%(1665억 원), 74.9%(1601만 명) 급증했다. 특히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7~2019년) 상반기 평균 매출액(3929억 원)의 94.2% 수준까지 회복한 수치로, 극장이 회복 불가능할 것이라던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결과다. 한국 영화의 매출액 점유율 또한 63.9%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4.0%p 상승했다.

다양해진 장르와 '메가 히트' 대작의 힘… 흥행 저변 확대

이번 반등을 이끈 결정적 요인은 흥행작의 '다양성'과 '웰메이드 작품의 힘'이다. 1월부터 6월까지 매달 시장을 이끄는 한국 영화가 끊이지 않고 배출되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상반기 흥행 1위는 팩션 사극 '왕과 사는 남자'가 차지했다. 매출액 1631억 원, 관객 수 1691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매출액 1위(관객 수 기준 역대 2위)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2024년 '범죄도시4' 이후 2년 만에 탄생한 천만 영화이자, 역대 34번째(한국 영화 25번째) 천만 영화다. 전 연령대의 고른 지지 속에서 59일간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연상호 감독의 좀비 액션 블록버스터 '군체'가 매출액 605억 원(574만 명)으로 2위, 공포 영화 '살목지'가 333억 원(324만 명)으로 3위에 오르며 상반기 박스오피스 1~3위를 모두 한국 영화가 싹쓸이했다. 로맨스 영화 '만약에 우리'(244억 원·247만 명)와 첩보 액션 '휴민트'(200억 원·198만 명) 등 대형 블록버스터부터 중·소규모 장르물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라인업이 고루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의 저변이 한층 넓어졌다.

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의 흥행을 이끈 것은 단연 '왕과 사는 남자'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사진=(주)쇼박스 제공



배급사 중에서는 단연 (주)쇼박스의 활약이 눈부셨다. 쇼박스는 '왕과 사는 남자', '군체', '살목지', '만약에 우리' 4편을 배급해 모두 대흥행시키는 기적적인 타율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액 점유율 48.6%(매출액 2814억 원)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외국영화의 정체와 '특수상영' 트렌드의 고착화

한국 영화의 독주와 달리 외국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시장 지배력 약화로 정체를 면치 못했다. 상반기 외국영화 매출액은 20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소폭 증가했으나, 관객 수는 1968만 명으로 오히려 6.9% 감소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 평균 매출액의 46.8%, 관객 수의 37.0%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외국영화는 IMAX, 4D, Dolby Cinema 등 '특수상영' 채널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외국영화 흥행 1위인 SF 대작 '프로젝트 헤일메리'(매출액 330억 원)는 전체 매출 중 특수상영 비중이 30.2%에 달했으며, 2위인 '아바타: 불과 재'(매출액 265억 원)는 무려 49.9%가 특수상영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상반기 특수상영 전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6.3% 증가한 457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극장 매출에서 특수상영이 차지하는 비중도 7.9%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극장 관람료 상승과 특수상영 매출 확대가 맞물리면서 상반기 전체 평균 관람요금은 전년 동기 대비 551원 상승한 1만 150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독립·예술영화 파트에서는 미국 A24가 제작하고 21세 신예 케인 파슨스 감독이 연출한 저예산 공포영화 '백룸'이 124억 원(관객 수 116만 명)의 매출을 올리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명세 감독의 다큐멘터리 '란 12.3'(25억 원)과 제주 4·3을 다룬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20억 원)이 뒤를 이으며 다양성 영화 시장에서도 탄탄한 수요를 증명했다.

한국 영화 부활의 신호탄? 아직 경솔한 기대?

문제는 올해 상반기의 이같은 흐름이 한국 영화의 부활의 분명한 신호냐는 것은 아직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상반기 한국 영화의 부활을 의미하는 숫자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한 편에 국한됐다.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영화가 될 것을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오히려 천만에 대한 기대가 컸던 '휴민트'나 '군체'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얻었다. 즉 상반가 한국 영화 매출은 '왕과 사는 남자' 한 편에 쏠렸던 셈이다.

그러다보니 이제 하반기에 눈이 쏠린다. 하반기 기대작은 단연 나홍진 감독의 '호프'였다. 그런데 '호프'의 뒷심이 별로다. 개봉 2주차에 3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긴 했지만, 더 치고 나가기 보다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영화계에서는 "500만은 넘기겠지만, '군체' 정도를 기대해볼 만 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하반기 개봉 예정작 중 천만을 기대할 만한 작품은 아직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 영화가 진정 부활의 추세인지는 결국 하반기 개봉하는 영화들의 성적에 달렸다. 그렇다고 해서 벌써 실망할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왕과 사는 남자'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