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조선업계가 환율 변수와 환헤지 전략 차이로 실적 희비를 겪는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이 압도적인 성적표를 내놓으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과거 물량 중심의 호황과 달리 친환경·고부가 선박과 엔진 기계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지배력이 구조적 초격차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HD한국조선해양은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8조9270억 원, 영업이익 1조645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2%, 영업이익은 72.5% 급증하며 영업이익률 18.4%를 찍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수주 시점 60%에 상황별 15%를 더해 75% 이상의 높은 환헤지 포지션을 유지해 온 HD현대 계열사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 관측했으나 이 같은 금융 셈법을 제조 경쟁력으로 정면 돌파했다.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사진=HD현대 제공
수익성의 최전선에는 22.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HD현대삼호가 있었다. 현대삼호는 도크 가동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공정을 상반기 기준 약 10일가량 앞당기는 7~8%의 생산성 향상을 일궈냈다. 여기에 더해 과거 2023년 저선가 물량 매출 비중이 53%에 달하는 HD현대중공업과 달리 현대삼호는 본격적인 고선가 랠리가 반영된 2024년(52%) 및 2025년(32%) 수주 물량이 조기에 매출로 인식되면서 폭발적인 이익을 창출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 공세로 밀어붙이는 중국 조선소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대한민국 조선업의 설계·공정 통제력을 증명한 쾌거다. 금융 변동성이라는 방패를 두르고도 제조 현장의 혁신과 선제적 포트폴리오 고도화가 결합된다면, 슈퍼사이클의 과실을 온전히 기업의 내재 가치로 흡수할 수 있음을 구조적으로 보여줬다.
◆ 엔진부문, 24.2% 수익률…테라파워 SMR·해상 데이터센터로 확장
실적의 숨은 주역은 친환경 이중연료(DF) 추진선의 핵심인 엔진기계 부문이다. 2분기 엔진기계 부문은 매출 1조1099억 원, 영업이익 2686억 원으로 24.2%의 수익성을 남겼다. HD현대마린엔진 역시 일부 대형 엔진 인도 시기가 며칠 지연돼 3분기로 이월됐음에도 불구하고 고마진 터보차저 캡티브 물량 및 부품 매출이 급증하며 24.4%의 영업이익률을 사수했다.
특히 글로벌 가스 터빈 공급망 병목 현상의 반사이익으로 육상 발전용 '힘센엔진'의 북미 등 글로벌 AI 데이터센터향 전력 공급 수요가 폭증한 것이 주효했다. 현재 연간 3기가와트(GW) 수준인 힘센엔진 생산 캐파를 선박용과 발전용으로 전문화해 순차적으로 추가 증설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을 넘어 선박의 탈탄소화와 차세대 무탄소 에너지 밸류체인 공급자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2024년 말 미국 테라파워와 체결한 와이오밍주 SMR 실증 발전설비의 원자로 용기 공급 계약에 따라 전 세계 주기기 컴포넌트 공급사 중 가장 먼저 올 연말 국내 공장에서 본격적인 생산에 착수한다.
이미 지난 5월 테라파워사의 나트륨 기반 SMR 주기기 공급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대형 선급들로부터 SMR 추진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운반선(PCTC) 및 해상 SMR 파워 모듈의 기본설계인증(AIP)을 잇달아 획득하며 미래 해상 에너지 시장 선점을 완료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해상 플로팅 데이터센터(FDC) 부문에서도 이미 글로벌 톱티어 기업들과 비밀유지계약(NDA) 기반의 구체적인 건조 및 설계 수행 방안을 상세 협의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가동률이 보장된 힘센엔진을 발전원으로 투입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개발한 해상풍력 및 SMR 발전 모듈을 결합한 완벽한 무탄소(RE100) 해상 데이터센터 플랫폼 개발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중국과의 장기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 3.5년치 채운 고선가 수주…친환경 가스선 앞세워 수익성 극대화
상반기에만 총 163억 8,000만 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의 96.2%를 달성한 HD한국조선해양은 이제 공급자 우위를 확보했다. 현재 500척 이상의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향후 3.5년 치 먹거리를 확보했으며 시장에서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2029년 및 2030년 인도 슬롯을 두고 초고부가 중심의 선별 수주를 전개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시황 호조와 강력한 환경 규제로 인해 향후 2028년 이후까지도 LNG선 및 대형 가스선(VLGC/VLAC)의 선박 부족 현상이 예견되는 만큼 하반기에는 슬롯을 무리하게 열기보다 단위 슬롯당 최고 매출과 최고 마진을 올리는 수익성 극대화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하반기 수주 전략의 핵심은 단연 고부가가치 가스선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초대형 가스 운반선(VLGC) 55척 중 38척 이상을 확보하며 시장 장악력을 보였다. 기존 LNG선 건조 역량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신선형을 적기에 개발해 메이저 선사들의 물량을 휩쓴 결과다. 하반기에도 무리하게 잔여 슬롯을 열어 외형을 확장하기보다는 단위 슬롯당 최고 매출과 마진을 창출할 수 있는 가스선 영업에 화력을 집중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자신감 있는 행보는 탄탄한 재무 건전성과 긍정적인 장기 시황 전망이 뒷받침하고 있다. 2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 146.9%, 순차입금비율 -61.3%의 재무 구조를 확립해 철강사와의 후판 가격 협상 등 대외 리스크 방어 여력을 갖췄다. 아울러 글로벌 친환경 규제 강화로 2028년 이후까지도 견조한 발주가 예상되며 특히 2029년과 2030년 이후에는 선박 공급 부족 현상까지 예견돼 장기적인 질적 호황 사이클을 온전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생산성 향상 노력과 고선가 선박의 매출 확대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LNG선·컨테이너선·탱커 등 다양한 선종의 발주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