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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확산의 숨은 숙제… 스마트폰 소비방식도 바뀐다

입력 2026-08-02 09:41:23 | 수정 2026-08-02 09:41:07
배소현 기자 | kei_05219@mediapen.com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애플이 소비자용 기기 리스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스마트폰을 구매해 오래 보유하던 소비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제조사는 초기 가격 부담을 낮춰 교체 수요를 확보하고, 회수한 단말을 리퍼비시 제품으로 다시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사진과 금융정보, 인증수단 등 민감한 정보가 집중된 스마트폰의 특성상 사용이 끝난 기기의 데이터를 어떤 기준으로 안전하게 처리할지가 리스 확산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진=AI 이미지



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미국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를 일정 기간 빌려 쓰는 소비자용 리스 프로그램 ‘애플 업그레이드’를 출시했다. 애플은 할부 금융 서비스 기업 클라르나와 협력해 아이폰과 애플워치는 12개월 또는 24개월, 맥과 아이패드는 24개월 또는 36개월 동안 이용할 수 있는 리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선납금 없이 애플워치는 월 11.99달러, 맥북 프로는 월 38.99달러부터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17 프로 맥스의 월 이용료는 34.99달러부터다. 계약이 끝나면 제품을 돌려주고 새로운 기기로 교체하거나 추가 비용을 내고 기존 제품을 인수할 수 있다.

단말기 가격 전체를 나눠 내는 일반 할부와 달리 예상 잔존가치를 제외한 금액을 리스료로 부담하기 때문에 월 납부액을 낮출 수 있는 구조다. 고가 스마트폰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일정한 주기로 신제품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를 애플 제품군 안에 계속 머물게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사 사례로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뉴 갤럭시 AI 구독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애플처럼 제품을 빌려주는 방식은 아니며, 소비자가 자급제 스마트폰을 먼저 구매한 뒤 월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후 제품을 반납하면 잔존가를 보장받는 구조다. 폴드8 시리즈는 12개월 뒤 반납할 경우 신제품 가격의 최대 50%를 돌려받을 수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방식은 제조사가 고객의 교체 시기와 사용 이후의 단말까지 관리한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메모리 등 주요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스마트폰 출고가가 높아진 가운데 제조사들이 제품 가격 자체를 낮추기보다 소비자가 매달 체감하는 부담을 줄이는 판매 방식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리스와 잔존가 보장형 구독이 확대되면 제조사가 확보할 수 있는 중고 단말도 늘어난다. 상태가 양호한 프리미엄 제품을 정기적으로 회수해 검수한 뒤 리퍼비시 제품으로 다시 판매하거나 부품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제품 판매 이후 중고 유통과 재판매까지 제조사의 관리 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 민감정보 품은 스마트폰…반납 과정 신뢰 확보해야

문제는 스마트폰이 이용자의 일상과 개인정보가 집약된 기기라는 점이다. 사진과 연락처는 물론 금융·증권 애플리케이션, 공동인증서, 간편결제 정보, 건강 데이터, 위치 기록 등이 모두 단말과 연결돼 있다. 최근 유심 해킹과 금융사 해킹, 플랫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스마트폰 보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아직 리스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데도 개인정보 보호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향후 기기를 반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이용자가 데이터를 제대로 삭제하지 않거나 계정 연결을 완전히 해제하지 못한 채 단말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데이터 관리와 삭제 체계에 대한 신뢰 확보가 리스 시장 안착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기기의 사용이 끝난 이후다. 리스가 보편화되면 제조사는 회수한 단말을 검수한 뒤 리퍼비시 제품으로 재판매하거나 재활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했는지, 제조사와 운영사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했는지를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어야 리스에 대한 거부감도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장 초기화만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계정 로그아웃과 클라우드 동기화 해제, 전자지갑과 인증수단 삭제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하며, 새 기기로 데이터를 옮기는 과정에서 누락이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와 리스 운영사, 소비자 간 책임 범위를 어떻게 나눌지도 앞으로 구체화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애플 업그레이드의 경우 애플이 아닌 클라르나가 실제 리스 운영을 맡는다. 향후 반납과 검수 과정에 다른 사업자가 추가로 참여할 경우 각 업체가 다루는 정보의 범위와 보관 기간,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제품 회수와 재판매가 여러 단계로 나뉠수록 소비자가 데이터 처리 과정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이에 리스가 확산할수록 제조사 경쟁력도 단말 판매를 넘어 사용 이후 관리 영역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성능과 가격, A/S가 구매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였다면 향후에는 데이터를 얼마나 안전하게 이전·삭제하고 소비자가 이를 신뢰할 수 있도록 관리하느냐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리스는 빌려 쓰는 서비스를 넘어 제조사가 제품의 판매부터 회수, 재사용까지 책임지는 사업 모델"이라며 "소비자가 안심하고 기기를 맡길 수 있는 신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리스 시장의 성패를 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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