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내우외환'의 이중고에 직면했다. 밖으로는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메모리 기술 발전에 열을 올리고 있고, 안으로는 성과급 지급 방식과 임금 체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첨예해지며 기업들의 초격차 전략에 변수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 디스플레이·가전 뺏긴 전철 기억해야…12조 원 쥔 CXMT의 추격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최근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하며 579억2000만 위안(약 12조56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CXMT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범용 D램 생산능력(CAPA) 확대는 물론,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내우외환'의 이중고에 직면했다. 밖으로는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메모리 기술 발전에 열을 올리고 있고, 안으로는 성과급 지급 방식과 임금 체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첨예해지며 기업들의 초격차 전략에 변수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특히 CXMT는 4세대 HBM인 'HBM3' 시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연내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낮은 수율 문제 등으로 당장 1~2년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우위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업계가 느끼는 긴장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과거 가전과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초기엔 기술 격차를 이유로 중국을 저평가했으나, 결국 정부의 보조금과 물량 공세 앞에 주도권을 넘겨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영기업이 개발한 침지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가 현지 공장에 투입되는 등 반도체 굴기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방심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삼성·SK '화려한 청사진' 냈지만…현장에선 노조가 변수
국내 양사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기술·투자 청사진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2분기 R&D에만 역대 최대인 16조 원을 투입하고 7세대 HBM4E 및 6세대 HBM4 개발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하이브리드 본딩, iHBM 기술 개발과 함께 M15X 양산 조기화, 용인 1기 팹 선제 투자 등 올해만 40조 원 후반대의 설비투자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와 달리, 현장에서는 성과급과 임금체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기업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사측이 성과급 절반 이상을 주식으로 지급하고, 적자 발생 시 한시적으로 임금을 조정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노사 간 대립이 최고조에 달했다. 노조는 "지난해 합의한 '영업이익 10% PS 지급(상한 폐지)' 기준을 1년 만에 훼손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사측 수정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 역시 성과급을 둘러싼 고충이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DS(반도체) 부문에 영업이익 연동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하며 파업 위기 등 급한 불은 껐지만 갈등은 남아있는 상태다. 메모리 사업부와 수백만 원대에 그친 DX/비메모리 사업부 간의 보상 격차가 벌어지며 내부 진통과 '노노 갈등'이 심화된 탓이다. 노조의 세력 확대와 성과급 산정 기준 공개 요구가 이어지면서, 경영진의 부담은 현재진행형이다.
재계에서는 경영진이 지난 2023년 수조 원대 적자의 기억 때문에 불황을 견딜 고정비 절감 구조를 만들려 하는 반면, 노조는 당장 거둔 호황기 실적에 대한 최대 보상만을 요구하면서 '동상이몽'이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과 디스플레이를 중국에 넘겨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삼전과 닉스가 컨콜에서 밝힌 차세대 투자 청사진을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할 골든타임"이라며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소모전으로 발목이 잡힌다면 무섭게 추격해오는 중국 등 후발주자들에게 주도권을 허용하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