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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팬’ 뒤 ‘J-웨이브’…백화점·마트·편의점 매대 바뀐다

입력 2026-08-03 16:46:56 | 수정 2026-08-03 16:46:54
김성준 기자 | sjkim11@mediapen.com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노재팬' 여파가 사그라들면서 일본 상품이 유통가 주요 매대로 돌아오고 있다. 맥주를 비롯해 디저트와 가공식품, 패션, 캐릭터, 생활용품으로 관련 수요가 확산하면서 유통업체들도 일본 브랜드 입점과 팝업, 상품 소싱 등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서울시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보틀벙커에서 소비자가 일본 과실 리큐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롯데마트 제공



3일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국제문화회관이 발표한 ‘제13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에 따르면 일본에 호감을 느낀다는 한국인은 54.3%로 조사됐다. 이는 2013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해보다는 1.9%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인의 일본 호감도는 2020년 12.3%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일본 맥주는 이 같은 인식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품목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맥주 수입액은 4592만 달러로 최근 10년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불매운동 이전 최고치인 2018년 상반기와 비교해도 16.9% 증가한 규모다. 수입량도 5만8305톤으로 전체 수입 맥주 물량의 46.9%를 차지했다.

맥주는 '노재팬' 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품목이다.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19년 상반기 3479만 달러에서 이듬해 272만 달러로 92.2% 급감했다. 이후 2023년 1594만달러, 2024년 3226만달러, 지난해 3530만달러로 회복한 뒤 올해는 불매운동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현지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567만51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8.6% 증가했다. 여행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일본 현지 상품 접점이 넓어면서, 일본 상품 전반으로 수요가 확산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맥주나 의류 등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넘어, 디저트와 식료품, 패션, 캐릭터 상품 등을 국내에 선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1월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한 일본 전통 고구마 디저트 브랜드 ‘이모야킨지로’ 팝업./사진=현대백화점 제공



백화점은 국내에 매장이 많지 않은 일본 브랜드를 활용해 상품 구성을 차별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월 더현대 서울에서 일본 고구마 디저트 브랜드 ‘이모야킨지로’의 국내 첫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팝업 이후에도 고객 수요가 이어지자 지난 3월 정식 매장으로 전환했다. 이모야킨지로는 고구마를 얇게 썰어 튀긴 ‘고구마 켄피’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후쿠오카 지역 디저트 브랜드다.

롯데백화점은 일본 패션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잇달아 유치하고 있다. 잠실 롯데월드몰은 지난달 말 일본 가방 브랜드 ‘포터’ 매장을 열었다. 지난달 13일에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휴먼메이드’가 입점했다. 휴먼메이드 매장에는 문을 연 첫 주말 이틀간 4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대형마트는 일본산 주류와 가공식품 조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마트는 일본 도쿄 법인을 해외 소싱 거점으로 두고 현지 제조사와 식료품·생활용품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계열사 트레이더스는 지난 3월 해외 소싱 행사에서 일본 제조사의 계절 한정 제품인 ‘티롤 초콜릿 모찌 말차맛’을 단독 수입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6월 주류 전문점 보틀벙커에서 일본 과실 리큐르 ‘소노만마’ 3종을 출시했다. 롯데마트·슈퍼의 올해 1~5월 일본 주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했다.

편의점에서도 일본 맥주와 캐릭터 상품의 판매가 늘고 있다. GS25의 올해 상반기 일본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1% 증가했다. 아사히와 기린, 삿포로 등 기존에 국내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판매 상위권을 차지했다. 일본 캐릭터를 적용한 식품과 굿즈도 매대로 들여오고 있다. GS25는 올해 상반기부터 일본 캐릭터 ‘몬치치’를 활용한 팝콘과 웨하스, 젤리, 초콜릿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5월 출시한 ‘몬치치 두바이하트초코틴’은 출시 2주 만에 초도 물량 20만개가 판매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과 CU는 일본 현지 상품을 직접 수입하며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2024년 12월 들여온 일본 오하요유업의 ‘저지우유푸딩’은 올해 6월까지 누적 판매량 270만개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오하요 브륄레 밀크’도 새로 선보였다. CU도 지난해 일본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홋카이도 수플레 푸딩’을 16만개 한정으로 수입해 판매한 바 있다. 이달에는 일본 전국 판매 1위를 기록한 사케 '코메다케 노오모이야리'를 판매할 예정이다.

GS25가 선보인 '몬치치 두바이하트초코틴' 상품./사진=GS리테일 제공



업계에서는 최근 일본 상품 수요가 불매운동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과거 맥주와 의류 등 대중 브랜드가 판매를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여행과 SNS를 통해 알려진 현지 상품을 팝업이나 한정 판매로 먼저 선보인 뒤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정식 입점과 추가 수입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상품이 단순한 수입 구색을 넘어 유통업체의 신규 콘텐츠와 상품 발굴 대상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본은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소비시장이 세분화돼 있어 SNS를 중심으로 새롭고 색다른 제품을 찾는 국내 소비자의 수요와 맞는다”며 “과거 불매운동의 분위기가 상당 부분 약해졌고, 소비자들도 역사·정치에 대한 인식과 개인의 소비생활을 구분해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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