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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지원’에 막힌 K-배터리…현금 환급 요구 커진다

입력 2026-08-04 15:25:40 | 수정 2026-08-04 15:25:36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국내 배터리 산업이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와 글로벌 설비 증설에 따른 대규모 투자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세제 지원책이 적자 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돕지 못하는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첨단산업의 국내 생산 기반 강화를 위한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확정했다. 해당 개편안은 반도체, 이차전지, 태양광 등 6대 핵심 전략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할 경우 적격생산비용의 최소 50%를 소득세 및 법인세에서 감면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비수도권 우대지역 기업에는 최대 50%를 추가 공제하며 내년부터 2036년까지 10년 한도로 운용될 예정이다.

국내 배터리 산업이 전기차 수요 둔화와 대규모 투자 부담을 겪고 있는 정부의 세제 지원책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제미나이



이번 개편안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주요 첨단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일정 비율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세액공제는 기업이 이익을 내서 납부할 세금이 있을 때만 효력을 발휘한다.

현재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배터리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공제액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즉시 활용하지 못하고 장부상으로 이월해야 하는 실정이다. 당장의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데 '미래의 세금 감면'은 체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경쟁국들은 실질적인 기업의 현금 흐름을 틔워주는 파격적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조항을 통해 이익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세액공제액을 직접 환급(Direct Pay)해 주거나 제3자에게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캐나다 정부 역시 대규모 설비 투자의 최대 30%를 현금으로 돌려주며 기업들의 초기 자본 하중을 대폭 덜어주고 있다.

◆ ESS 수주 확보 나선 K-배터리…총알 부족 우려

국내 기업들은 캐즘 속에서도 돌파구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은 전기차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급성장 중인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발 빠르게 눈을 돌렸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물량을 따내며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배터리사들의 북미 ESS 수주 규모가 연말을 기점으로 크게 뛰어오르고 수년 내 현지 시장 점유율을 80%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청사진을 현실화하려면 현지 인프라 구축과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폼팩터 연구개발(R&D)에 지속적인 자본 수혈이 필수적이다. 영업이익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현금 유입 없는 공제 제도만으로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쩐의 전쟁'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국이 제도적 맹점에 갇힌 사이 국가 재정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밸류체인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했다. CATL과 BYD 등 주요 중국 배터리사들은 공장 부지 무상 임대와 막대한 보조금 등 전폭적인 후원을 받으며 원가 경쟁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범용 제품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물론 차세대 소듐(나트륨) 이온 배터리와 배터리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구체 생태계마저 중국의 손에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연구기관의 평가에 따르면 과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한국의 이차전지 기술력은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에 선두 자리를 내준 것으로 분석됐다.

◆ 넥스트 사이클 주도권 탈환, 직접 환급 법제화 절실

전문가들은 ESS와 새로운 폼팩터 배터리가 이끄는 '넥스트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지금이야말로 잃어버린 시장 주도권을 탈환할 마지막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회에는 적자를 기록한 기업에도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세수 부족 등의 이유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기업들이 자체적인 기술력과 수주 성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국회와 정부 역시 이에 걸맞은 정책적 쇄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경쟁국들이 앞다투어 기업의 금고를 직접 채워주며 밸류체인을 자국으로 강하게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차세대 기술 격차를 벌리고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직접 환급'이나 '세액공제 양도제' 같은 실효성 있는 자금 조달 창구를 조속히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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